프로야구 현대-삼성간 한국시리즈(KS)에서 예상밖의 심각한 `투고타저(投高打低)'에 양팀 타자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28일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양팀은 3차전(24일)에 나란히 선발 출격한 뒤 사흘간 쉰 김수경(현대)과 김진웅(삼성)을 내보내 초반부터 치열한 타격 공방전이 점쳐졌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3차전 때 4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3⅓이닝을 6실점(4자책점)하고 패전 멍에를 썼던 김수경은 7⅔이닝 동안 무려 11개를 솎아내며 2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고김진웅 역시 6⅓이닝을 6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현대 타선을 잠재웠다. 삼성이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멘디 로페즈가 상대 투수 신철인으로부터 볼넷으로 골라내 밀어내기로 결승점을 뽑아 결국 1-0으로 이겼지만 양팀 타선이 이날 경기에서 뽑은 안타수는 고작 4개에 불과했다. 한 경기 4안타는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안타 신기록. 타자들은 구석구석을 찌르는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투수들은 양팀 타선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는 양팀이 나란히 8안타를 터뜨렸던 1차전(21일)과 장단 20안타를 주고받는난타전을 벌였던 2차전(22일)과 전혀 달라진 양상이다. 이같은 투고타저가 시작된 건 삼성 토종 에이스가 미완의 `10이닝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던 4차전(25일)부터. 당시 삼성 선발로 나선 배영수는 10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뽑으며 볼넷 1개만내줬을 뿐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과시했지만 연장 12회까지 산발 4안타에 그친타선의 침묵으로 대기록을 아깝게 놓쳤고 양팀 치열한 투수전으로 한경기 27개의 탈삼진 신기록을 세우며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초반만 해도 `타고투저(打高投低)'로 대량득점이 쏟아지다 갑자기 투고타저로전환된 건 양팀이 모두 견고한 방패를 가졌기 때문. 삼성은 `국보급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선동열 수석코치의 집중 조련으로 정규시즌 팀 방어율 1위(3.76)를 기록했던 막강 마운드가 트레이드 마크이고 전통적 `투수왕국' 현대 역시 팀 방어율 2위(3.88)에 랭크될 만큼 두터운 투수진을 구축했다. 또 삼성은 `불펜의 쌍권총'으로 불리는 권오준-권혁이 든든한 허리를 이루고 올해 구원왕(36세이브)에 오른 마무리 임창용이 뒷문을 단속하고 있다. 현대 역시 마이크 피어리를 앞세운 선발진과 이상열-신철인-송신영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중간계투진, `철벽 소방수' 조용준도 강한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투수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비축한 반면 타자들은 연일 계속되는경기와 차가운 날씨, 야간 경기에 타격 페이스가 저하된 것도 `타격 실종'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