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을 넘기면서 신행정수도 건설 무산에 대한 충청권 토지시장의 반응이 제각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행정수도 예정지 인접 지역과 원주민들이 이주해갈 가능성이 있던 지역에선 계약 해지,중개업소 폐업,가격 폭락 등의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천안·아산권은 자체 개발 재료가 있어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또 관광 수요 증가 및 자체 개발 재료를 가진 태안 서산 당진 등 서해안권과 진천 음성 등 충북권도 신행정수도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다만 이런 곳들도 지난 8월 토지투기지역 지정 등의 영향으로 거래는 크게 위축돼 있다. ◆풍선 효과 노린 곳 초상집 날벼락을 맞은 곳은 공주시 연기군 청원군 논산시 부여군 서천군 보령시 청양군 홍성군 등지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혔던 인접 지역,신행정수도 예정지 원주민들이 이주를 위해 토지(代土)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았던 지역들이다. 특히 대토 지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연기·공주지구는 기업도시 등 다른 방법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 지역은 아무런 수혜를 기대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부여를 비롯 이들 지역에서는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비용 부담이 작은 데다 비전도 없어 중개업소들이 미련없이 보따리를 싸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금만 걸어둔 투자자들은 해약에 나서고 있고 토지 매물을 여러 건 찍어둔 중개업소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자신의 돈으로 매물을 먼저 확보한 뒤 웃돈을 붙여서 손님에게 되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들 중에는 이미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른 곳이 많아 해약도 못하는 상황이다. 청양 K공인 관계자는 "신행정수도 주변 지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7∼8월 이후 풍선효과를 노리고 외곽 지역 땅을 찍은 중개업소들은 파산 직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천안·아산권은 무덤덤 천안시와 아산시 등지에서는 가격 하락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LCD공장,아산신도시 건설,경부고속철도 개통 등 자체 재료에 힘입어 토지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는 위축되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하더라도 충청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명 천안 집보아공인 사장은 "지난 주말 천안·아산 지역이 반사이익을 보지 않겠느냐는 문의전화가 꽤 걸려온 것을 볼 때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해안권 및 충북권에선 남의 일 서산 당진 태안 등 서해안지역도 천안·아산과 비슷한 상황이다. 태안지역의 경우 행정수도와 무관하게 관광·레저형 토지 투자가 주를 이뤘던 곳이어서 중개업소들이 나와는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능 안면도 지오랜드 사장은 "지난 8월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호가가 조금 내리고 거래는 뚝 끊겼지만 신행정수도 악재가 추가로 충격을 주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음성 진천 괴산 보은 등 충북권에선 매수세가 여전히 살아있다. 이병철 보은 에이스공인 사장은 "예비 투자자들이 지난 주말 당초 예정대로 투자처를 답사했고 일부는 강한 매수 의사를 나타냈다"며 "도로 여건이 개선되는 지역 중에서도 경치가 뛰어난 곳을 골라 장기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 신행정수도 악재와는 무관하게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