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를 위해 내년 시행을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에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을 들어 '도입 신중론'이 적극 제기되고 있어서다. 행정수도 이전 차질에 따른 경기 불안이 표면화될 경우 대폭적인 세금 인상이 불가피한 종부세 시행 연기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3일이 공식 휴무일인 토요일이었음에도 이헌재 부총리 주재로 비상 간부회의를 열고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점검하고 경제정책의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해 중점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단 당초 계획대로 이달 안에 종합부동산세 정부안을 확정한 뒤 가칭 '종합부동산세법' 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올려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세법 제·개정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에선 경기회복 지연 등 부작용을 들어 종부세의 내년 시행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재경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최근 건설경기가 급랭한 데다 수도 이전마저 무산돼 앞으로 경기회복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종부세 도입을 강행하는 건 위험하다"며 '종부세 시행 연기'를 요구했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도 "한국의 재산 관련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많은 데도 정부는 종부세 도입을 통해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4년 안에 2배로 늘리려 한다"며 종부세는 '현대판 가렴주구(세금을 가혹하게 거둬 백성을 못살게 하는 것)'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종부세가 시행되면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은 물론 전국 고급주택가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 상당한 조세저항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계안 의원도 "종부세를 도입하더라도 국민들의 세부담을 고려해 부동산 취득·등록세와 소득세 법인세 등은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종부세 도입에 부정적 내지는 소극적인 여야 의원들이 적지 않은데다 올 정기국회에서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안'에 대한 여야의 극한 대결이 예상돼 관련 세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종부세 관련 세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여야 협상과정에서 부과대상이나 세율 등이 당초 정부 안에 비해 크게 조정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의 경제적 파장이 예측불허인 상태"라며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 등을 감안해 종부세의 부과 대상이나 세율 등 과세 강도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