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방영 예정인 SBS TV '아주 소중한 친구'(가제·극본 이근영, 연출 한정환)는 실존 인물의 사연을 담고 있다. 국내 여성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안내견과 살고 있는 전숙연 씨. 그의 사연은 1999년 KBS TV '제 3지대'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전씨는 20일 '아주 소중한 친구'의 제작발표회가 열린 경기도 용인 삼성안내견학교를 남편과 함께 찾았다. 그는 인간이 뜻밖의 고난 앞에서도 어떤 의지로 일어설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삶을 살고 있다. 1남 1녀를 둔 아내이자 어머니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32살에 경남 진영 과수원에 있던 농약통이 폭발하며 시력을 상실했다. 3년간 병원에 입원했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서울에 올라와 한빛맹학교에 입학했고, 1997년 7월 남편의 권유로 안내견 '토람'이와 함께 동고동락했다. 토람이와 함께 그는 단국대 특수교육학과 대학원을졸업해 석사 학위와 특수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제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걸 전해 듣고 토람이 생각이 나 눈물이 날것 같았어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토람이와 나를 도와준 많은 분들,장애를 갖고 있지만 열심히 살려고 하는 분들입니다." 장애인들이 들고 다니는 흰 지팡이 사용 교육을 받는 도중 토람이를 만났다. 주위 사람들도 토람이와 다니는 전씨를 꺼렸지만, 전씨 역시 토람이를 받아들이는 데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토람이 역시 생명체이기에 전씨가 보살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토람이는 제가 입체적으로 살 수 있게 도움을 줬어요. 산책할 수 있고, 어디든갈 수 있게 도와주죠.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예술의 전당은 가능한데 국립극장은 안내견의 입장이 되지 않고, 하물며 경찰서에서 조차 토람이를 데리고 들어가지못하게 할 정도로 인식이 부족하다"며 아쉬워 한다. 토람이는 의젓한 보호자 같았다. 더욱이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 역시 재활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 혼자서 서울행을 결심했던 전씨에게 토람이는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런 토람이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고, 토람이가 아닌 다른 안내견과는 살 수없을 정도의 상실감에 안내견학교에서 다른 안내견을 소개시켜준다 해도 싫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지팡이와 안내견은 전씨에게 인도하는 세상이 달랐다. 그래서 받아들인게 지금 함께 다니는 '대양'이다. 안내견으로서는 처음으로 골든 리트리버 종이었던토람이를 골랐던 전씨는 이번엔 국내에서 유일한 까만색 안내견 대양이를 골랐다. "토람이가 나와 1대1의 관계였다면, 대양이는 막내 같이 귀여운 존재예요. 실제 지금은 가족들이랑 같이 서울에 살아 집에서도 막내로 취급받죠." 전씨는 특수학교 교사로서 열심히 생업에도 종사하고 있다.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을 겪었음에도 이를 이겨내고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는 전씨에게서 인간의 의지가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