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전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실질적 지배주주에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된 국내 우량기업의 경영권 보호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래와는 달리 신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미 적지 않은 기업들이 외국인 지분율 급증으로 경영권 위협에 직면하고 있지만 경영권을 방어할 마땅한 수단이 거의 없는 게 우리의 실정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그나마 차등의결권이라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기업들이 어느 정도 경영권 안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재정경제부나 업계의 시큰둥한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제도도입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뿐아니라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개별기업들이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려면 당연히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미 주요 상장기업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실제 적용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차등의결권은 현재 이를 활용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끊임없이 논란을 빚고 있는 제도이고 보면 임시방편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삼성전자 외에도 많은 기업들에서 경영권 위협은 이미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돼 있다. 이로 인해 미래유망사업 발굴과 투자에 힘을 쏟아야할 기업이 비생산적인 경영권 방어에 골몰하다 보니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기업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고 성장잠재력마저 갉아 먹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 우량기업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의해 장악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우선적으로 경영권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불합리한 규제를 강화시키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부터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지금대로라면 공정거래법 개정은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의 우량기업 지배를 더욱 손쉽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땅히 폐지되어야 할 출자총액 규제가 국내 기업에만 역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불이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보호막 역할을 해주고 있는 금융계열사 의결권마저 축소되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