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錦實 <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이사장 > 중국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다음달 미국 뉴욕에 폭풍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과학이론,이른바 나비이론이다. 이 이론처럼 우리는 무심코 행한 작은 일이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는 것을 가끔 보게 되는데 시설안전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1992년 남해 창선대교 붕괴,신행주대교 붕괴,1993년 청주 우암 상가아파트 붕괴,부산 구포역 철도 붕괴,1994년 성수대교 붕괴,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붕괴,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특히 10년전인 1994년 10월 21일.성수대교 1천1백60m 중 제10번,11번교각 사이 상부트러스 48m가 무너져내려 32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교량 붕괴사고가 아니라 모든 건설기술인들의 자부심의 추락과 함께 국제사회에 대한 국가 신인도의 하락 등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시설물에 대한 정기점검과 안전진단 실시가 법적으로 의무화돼 대형시설물 안전사고 발생빈도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계획,설계,시공분야는 비교적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유지관리 분야는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그야말로 수많은 시설물 '환자'들이 우수한 기술을 갖춘 시설물 '의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시설물의 '유지관리'가 '건설'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시설물의 '안전'과 '유지관리'를 위해 몇가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사고 예방 계획수립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원인이 규명돼야 하고 종전처럼 사람과의 관계·체면을 고려해 평온함과 조화를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시하는 대중적 요법으로는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시 소방·설비 등 개별 시설이 포함된 최종 종합적인 운영시스템으로 안전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관련 제도의 강화 및 보완으로 정밀안전진단결과 제시된 보수·보강 이행여부 확인 및 시설물의 안전성 '인증제'도입이 필요하다. 셋째,시설물 안전관련 조직·인력·예산의 확충으로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곧바로 집행 가능한 예산제도(Do It Right New)의 도입이 필요하다. 넷째,기술개발 및 교육 강화로서 시설물별 유지관리 매뉴얼 보급과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업무 수행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대학 및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에도 '안전'과 '유지관리' 과목 신설로 기초지식을 갖춘 기술자들을 배출해야 한다. 최근에는 시설물 사고의 요인으로 테러의 위험까지 가중되고 있다. 지금 지구촌에는 테러 사각지대는 없다. 테러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인류전체의 긴급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어 테러 발생시,특히 상대적으로 보안대책이 열악한 다중이용시설물의 테러 발생과 관련하여 한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붕괴 사고 당시 화염과 연기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수천명이 16개의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적이 아니라 시설이 낳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25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대해서는 건축 때부터 비상계단의 수와 계단 폭 등 피난시설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비상계단을 수평거리로 30m마다 1개씩 두도록 되어 있으나,초고층 건물에 대한 별도 피난규정이 없어 화재나 테러발생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업용 건물은 물론 아파트까지 초고층화 되는 시대에 건물 층수나 사용인원,대피시간 등을 고려해 피난시설에 대해 시공 때부터 철저한 관리와 선진 안전문화 정착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양산된 시설물들이 우리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고 규제완화라는 흐름을 따라 안전이 타협대상에 들어가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