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 내 '그린존' 내에서 14일 지난 200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자살폭탄공격이 발생하는 등 이라크 곳곳에서 유혈사태가 잇따랐다. 특히 이번 공격은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을 하루 앞두고 발생해 라마단 시작과 함께 일어난 동시다발 폭탄테러로 34명이 숨지고 250명이 부상했던 지난해의 악몽이다시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대사관과 이라크 임시정부 등이 들어선 그린존에서는 이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과 카페에서 폭탄이 터져 미국인 4명 등 최소 10명이 숨지고 미국 대사관 직원과 국무부 직원 등 20명이 부상했다. 이라크 관리와 목격자들은 자살폭탄공격자가 폭탄을 숨겨 그린존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이끄는 단체는 이번 일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목격자들은 요르단 억양을 쓰는 두 명의 남자가 큰 가방을 들고 들어와 20여분간 그린존 카페에서 머무르다 떠난 뒤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외교관과 정부관리, 군무원 등이 거주하고 있는 그린존은 그 동안 저항세력의 공격을 많이 받긴 했으나 저항세력이 그린존 내에 폭탄을 반입해 터뜨린 것은 지난2003년 5월 미국의 점령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이번 일은 바그다드에서도 더 이상'안전지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인 카셈 다우드는 이날 이슬람 사이트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이 '자살작전'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비겁한 행동은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며 범인들이 어디에 있든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측은 저항세력들이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 추가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하며 바그다드와 인근지역에 대해 무장순찰을 늘리고 바그다드 공항 경계도 강화하는 등 안보조치를 강화했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는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사관 건물안에 머무르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며 미국 대사관은 그린존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이동을 제한하고 레스토랑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가지 알-야웨르 이라크 대통령은 알-이라키야 TV에 출연해 라마단은 인내와 믿음 등을 시험하는 시간이라면서 이라크인들이 라마단을 존중하고 유혈사태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 야웨르 대통령은 이슬람 정파들에 분열을 넘어 상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결하라고 요구했다. 바그다드 외 이라크 곳곳에서도 유혈사태가 계속됐다.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는 이날 이라크군과 미군을 노린 폭발 두 건이 발생해 최소 이라크인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미군측은 밝혔다. 이라크 임시정부와 주민 대표간 평화협상이 중단된 팔루자에서는 이날 미군이 테러조직의 무기저장고 등으로 사용된 건물과 가옥 등을 공습해 최소 5명이 숨지고16명이 부상했다. 이에 앞서 팔루자 대표단들은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가 알-자르카위와 추종세력들을 넘기라는 '불가능한 요구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며 평화협상을 중단했다. 팔루자 대표단측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모든 평화적 해결책을 다 시도했기때문에 이제 팔루자는 무기를 갖고 종교와 명예를 지킬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알라위 총리는 전날 팔루자 주민들이 알-자르카위를 넘기지 않으면 팔루자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팔루자 인근 라마디에서도 13일부터 시작된 미군과 저항세력간 교전으로 최소 8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바그다드 동부에서도 저항세력의 공격과 폭탄 등으로 미군 병사 2명이 숨졌다. 한편 지난달 18일 이라크에서 납치됐던 레바논인 2명이 13일 풀려나 14일 레바논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이라크에 시멘트와 전세기를 공급하는 이라크-레바논 벤처회사에서 근무하다 납치됐으며 팔루자에 억류돼 있었다. 이들이 근무하던 회사의 변호사는 회사가 이들의 석방을 위해 10만달러의 몸값을 지불했지만 납치범들이 돈을 돌려줬다고 전했다. (바그다드.팔루자 AP.AFP.로이터=연합뉴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