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드워드 프레스컷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와 핀 쉬들란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1970년대 초만 해도 전혀 별개로 간주됐던 세금과 저축률,금융정책과 임금 등의 관계를 동태적으로 분석해 재정·통화정책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끌어낸 선구자들로 평가받고 있다. 1960년대 말까지 경제학계를 지배했던 케인스 학파는 경기 변동의 주요인을 수요 측면(설비투자과 민간소비)에서 찾았다. 급격한 수요 감소 등의 충격(demand shocks)을 상쇄할 수 있는 통화·재정정책을 중시한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라는 새로운 상황이 닥치면서 케인스식 정책들은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두 교수는 케인스식 정책의 실패 요인으로 '기대심리'를 꼽았다. 예컨대 정책당국이 저물가와 임금 인상 억제 정책을 쓰겠다고 선언해도 사람들이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조만간 돈을 풀려는 유혹에 빠질 것이라고 믿는다면,기업들은 판매가격을 올리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이 같은 기대심리로 인해 실제 경제는 정책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고물가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국 등이 1970년대 고물가를 해결하지 못한 것도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세금도 마찬가지여서 정부가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감세를 약속할 때 사람들은 정부가 언젠가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세금 징수를 다시 늘리려는 유혹에 빠질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또 금융자산에 부과하는 세율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사람들은 여러 경험을 통해 세금이 조만간 늘어날 것이라고 믿게 되고,이 경우 저축을 더 줄여 정책당국이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같은 심리적인 요인들을 '시계열 일관성(time consistency)'이라는 기법을 통해 동태적으로 파악해야만 제대로 된 정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두 교수는 입증했다. 이들은 또 둘 이상의 정책결정 효과가 나타나는 시차로 인해 사회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은 좀처럼 바뀌기 어렵지만 한 번 철회되면 신뢰 상실로 인해 경제정책의 유연성을 잃게 되고 결국에는 경제에 기대하지 않은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근시안적인 정책 변화가 장기적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한다"는 이론을 제시함으로써,정부의 자의적인 정책 변경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에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거를 제공했다. 또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소비자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움직임,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가 경기 변동과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 '수요 측면의 케인스 경제학'과는 전혀 다른 공급사이드 경제학의 이론적인 기초를 다졌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