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가 지난 8월 한국에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7일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했다.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조찬토론회에 참석한 힐 대사는17년 전인 87년 6월항쟁 목격담을 꺼내는 것을 시작으로 기조연설에 들어갔다. 그는 "87년 6월 이 건물 20층에서 세종로를 내다볼 수 있었는데 점심후 이 빌딩을 떠나지 못했고 오후 내내 그 시위를 내다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힐 대사는 "87년 그 운동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며 "지금 돌아와 보니 88년 이전 떠날 때와는 많이 변한 한국을 발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조연설에 이어, 이선근 연합뉴스 논설위원, 이인용 MBC 전문기자 등 4명의 대표토론자를 중심으로 참석자들과 힐 대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힐 대사는 대표토론자들이 한미관계와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핵심 현안들에 대해예리하게 질문했으나, 하나 하나마다 자신의 견해를 주저없이 밝혔다. 한미관계 이상설을 묻는 질문에 그는 "새 땅을 디딜 때 새롭기에 넘어지기도 한다"고 한미관계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뒤 "중요한 것은 한미양국의 이해관계에서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힐 대사는 "제로섬 논리에 따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한국이 주변국가와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대미관계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량강도 폭파사건을 둘러싼 한미 정보교류 이상설에 대해 그는 "물론 되도록 외교관다운 답을 안드리겠다"고 말하면서도 "외교관으로서 특정 정보.첩보의 내용은언급하지 못한다"면서 예봉을 피해나갔다. 힐 대사는 `10월 한반도 위기설'과 관련, "(미 프로야구팀인) 보스턴 레드삭스가 우승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조크를 던지는가 하면, 북한 붕괴에 대비한 남한정부의 비상계획에는 "때로는 노코멘트라고 말할 부분이 있다"고 피해 나갔다. 주한미대사로 임명받은 데 대해 그는 "제가 한국을 좋아한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지명했을 때 영광이었다"고 말한 뒤 "코소보에서도 게릴라 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산에 올라간 적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힐 대사는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은 성공하기를 바란다"면서도 "한국은 북한 옆에, 미국은 바다 건너에 있어 접근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이상헌 기자 kjihn@yna.co.kr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