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웅인가 권력의 화신인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마이클 샬러 교수는 '더글러스 맥아더'(이매지刊)에서 각종 공식문서와 주변 인물들의 회고를 치밀하게 조립, 맥아더를감싸고 있던 정의로운 군인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권력욕에 불탔던 반(半)정치인의모습을 드러낸다. 저자에 따르면 맥아더는 군 지휘관에 만족하지 못했다. 국가정책을 실행하는 단순 집행자가 아니라 그 정책을 만드는 권력을 열망했다. 맥아더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를 갈망한 데는 어머니 메리 핑키의 영향이 컸다.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맥아더는 어머니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진급은 물론 임지를 워싱턴으로 해달라고 국방부에 부탁하는 등 아들에 대한 유별난 애정을 과시했다. 이런 어머니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맥아더는 백악관을 목표로 정치적 성공을 추구했다. 맥아더는 자유세계를 수호하고 특히 전후 일본 민주주의를 창건했다고 추앙받고있지만 사실 그의 마음 속에는 사회정의에 대한 어떤 신념도 없었으며 다만 미국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는 욕망만이 가득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맥아더는 1950년 한국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킨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개입으로 한국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원자폭탄의 사용을전제로 한 만주폭격을 주장하는 등 자신의 자부심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 소련과 전쟁을 벌이려고도 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맥아더는 양차대전 사이에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부상하고냉전이 시작되던 당시 시대상황 때문에 영웅이 될 수 있었지만, 국제정세에 어둡고전략.전술 판단력이 부족했으며, 인간적으로도 독선적이고 치졸한 자아도취에 빠진인물에 불과했다고 평가한다. 유강은 옮김. 516쪽. 2만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