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외표채)이 프라이빗뱅킹(PB)서비스를 이용하는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예금금리 3%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외표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지난 98년말 이전에 발행된 외표채의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부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유통물량이 많지 않아 소액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외화표시채권이란 정부나 포스코 KT 등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달러나 엔 등과 같은 외국 통화로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원금과 이자가 모두 외화로 지급된다. 절대수익률은 연 3.6%로 1년짜리 정기예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동양종합금융증권에서 판매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예로 들면 만기까지 3년6개월 가량 남은 상품은 연 3.67%의 확정금리를 준다. 그러나 지난 98년말 이전에 발행된 외표채의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고 농특세 1.5%만 부담하면 종합과세에서 완전히 제외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얼마나 인기있나 수치상으로만 드러난 판매액은 그다지 많지 않다. 3곳의 PB센터를 운영중인 A은행의 경우 지난 7월 2백80억원(4건)어치의 외표채가 판매된데 이어 8월에는 47억원(1건)어치가 팔렸으며 이달들어 70억원어치(1건)의 판매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매물이 부족해 나타나는 것으로 외표채를 찾는 대기수요는 풍부하다는 게 일선 PB들의 설명이다. 지난 98년말 이전에 발행된 외표채는 대부분 10년 만기 채권으로 외평채(40억달러)와 포스코(7억5천만달러) KT(3억5천만달러) 등이 발행한 회사채 등 50억달러 정도가 남아있다. 그런데 이 중 10억달러 남짓은 상환이 이뤄졌다. 남아있는 채권 가운데 적게는 2만∼3만달러,많게는 수백만달러씩 들어와 투자자들에게 공급되는데,물량이 확보되는 즉시 대부분 소화된다. 국민은행 PB센터인 'Gold&Wise' 아시아선수촌 지점 심우성 팀장은 "고액자산가에게 인기가 높았던 상품 가운데 하나인 엔화스와프 정기예금에 대한 과세방침이 논의되면서 이에 대한 대체 투자처로 외표채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소액 투자자들은 접근 어려워 이 상품의 단점으로는 '개미'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꼽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표채의 경우 유통물량이 많지 않아 은행들이 PB점포에 우선 공급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소액투자자의 경우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외표채의 연 수익률은 3.6% 수준으로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해 소액투자자들에게 메리트 있는 상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세금문제에 민감한 '큰손'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