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를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성명을 통해 대외적으로 약속함으로써 앞으로 우리 경제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중국의 진런칭(金人慶)재정부장과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G7 재무장관 회동에 앞서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의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위안화의 변동환율제 전환을 약속했다고 미국 정부가 1일 밝혔다. 일단 중국이 위안화의 변동환율제 실시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은데다 중국내부에서도 시행을 앞두고 보완해야 할 경제개혁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그러나 중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변동환율제 전환을 약속한 것은 지금까지의 입장과 비교할 때 크게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며 따라서 중국이 환율을 시장시스템에 맡기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 원화환율 상승압력 불가피= 위안화의 변동환율제 전환은 곧 바로 원화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는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위안화 환율은 미화 1달러당 8.28위안으로 저평가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수출경쟁력의 우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미국 등 선진국의 주장이었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압력을 한층 높여갈 것으로 관측돼 왔다. 여기에 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면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하며 그에 따라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도 동반상승하는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환율방어에 애를 먹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단 `악재'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저평가돼 있는 중국 위안화가 시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게 될 경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중국상품에 형편없이 밀리던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꼭 `악재'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단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에 따른 반사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 증시에 미칠 영향=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이 변동환율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 새로운 것이 아닌데다 당장 실시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외부요인이 곧바로 변수로 작용하는 한국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만약에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경제가 위축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한국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반면,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해외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기업들이상대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중국의 낮은 수출단가를 감안하면 위안화 절상에 따른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의 한요섭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변동환율제와 관련해 원칙적 입장을밝혔을 뿐이기 때문에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기업들, 손익계산에 분주=기업들은 중국의 변동환율제 전환 방침이 빠른 시일내에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를 해야할 시점에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중국이 변동환율제로 갈 경우 위안화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우리나라의 원화도 절상압력도 높아져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위안화의 절상은 세계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하는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돼 중국수출에 타격을 입는 양면성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적지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 중국의 환율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수출시장 다변화, 현지화 전략 강화 등의 대책을 구상중이다. 한편 기업들은 언젠가는 현실화될 위안화 절상에 대비해 중국에 갚아야할 채무는 달러화로, 받아야 할 채권은 위안화로 결제키로 하는 등 준비를 해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중국의 변동환율제 전환 약속과 관련,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 "사실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중국의 변동환율제에 대한 대응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대응책을 밝히는 것은무리"라고 덧붙였다. 산자부는 다만 "중국이 실제로 변동환율제로 조기전환할 경우 이는 곧 원화절상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중국 원자재 수출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없다"고 전했다. ◆ 중국의 지연전략에도 주목해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달 28일 외환제도를 시장수급을 잘 반영할수 있도록 꾸준히 적절한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원칙론을 펴면서도 먼저해결돼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원 총리는 당시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 찰스 프린스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 등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거시경제 상황과 사회개발, 국제수지 등 여러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며 은행부문 개혁의 진전과 세계 경제.금융 상황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특히 일본 등 일부 G7 국가들이 미국 등과 비교해 환율문제에 관해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십분 활용, 가능한한 환율제도 개편을 늦추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박사는 "중국의 이번 성명은 원론의 재확인 수준이며새로운 뉴스라고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중장기적인 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중국과 G7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장기적인 환율변동에 따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박상현.최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