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이 윤광웅 국방장관의 눈치를 보느라 현역대령을 무리하게 구속시켰다 뒤늦게 구속을 취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군내 인권 보호와 비리 근절을 위해 각군에 검찰단을 창설하고 헌병과 기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등 권한과 조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군검찰의논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명분이 크게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일 국방부 검찰단에 따르면 국방시설본부 간부로 근무하면서 조경업체 사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9일 구속한 A 대령을 보름만인 24일 구속취소 조치로 석방했다. 현역 군인이 군검찰의 조사 단계에서 구속취소 조치로 신병이 풀려난 것은 극히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군 검찰 관계자는 조경업자가 A 대령 부인의 통장으로 1천만원을 입금한 사실을인지하고 조사한 결과 피의자가 뇌물수수 의혹을 시인해 구속했으나 뒤늦게 문제의돈은 빌린 것으로 나중에 상환했다고 진술을 번복해 구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A 대령은 외국에 유학 중인 딸로부터 돈이 급히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오래전부터 친분관계가 두터운 조경업자에게 빌려줄 것을 요구해 1천만원을 계좌로 입금받았다 한 달 만에 되돌려준 사실이 확인돼 기소하더라도 공소유지가 어려울 것으로판단, 신병을 풀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검찰 관계자는 "윤광웅 국방장관이 피의자와 같은 해군 출신인 점을의식해 서둘러 수사를 하느라 돈의 용처도 확인하지 않은 채 구속했다"며 무리한 수사가 이뤄졌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누구로부터 어떤 압력이 행사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법무관리관 이상의 고위층에서 (사건을 서둘러 종결시켜라는) 압력이 있었다. 누가 압력을행사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용식 국방장관 보좌관은 "윤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보고받지 못했다. 따라서 수사를 조기에 끝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군 검찰은 상부의 압력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국방장관의 눈치를 살피느라 `짜깁기 수사'로 현역 대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인권을 유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병동 변호사는 "군관련 사건의 경우 법률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관행을 감안하더라도 채무관계로 돈이 오간 사실이 수사단계 이전에 밝혀진 마당에 군검찰이 구속수사를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현역 대령 신분인 점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는데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태에서 구속한 것은 수사권을 남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검찰 관계자도 "A 대령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자백했더라도돈의 용처를 밝히는 노력이 중요했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은 정석수사라는 관점에서볼 때 문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군 검찰이 헌병과 기무 요원들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는 쪽으로 군사법제도 개선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세운 인권 보호 명분은 이번 구속취소 사건을 계기로 크게 퇴색됐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역 대령을 무리하게 구속한 것은 군검찰의 최근 권한 및 조직 확대 노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사법적 정의는 검찰권 확대가 아니라 피의자 인권 보호와 법절차 준수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