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북한인권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킴으로써 탈북지원 비정부기구(NGO)에 의한 기획탈북 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때마침 탈북자 44명이 29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한 데 이어 30일에는 탈북자 9명이 상하이(上海) 미국학교에 진입했다. 현지경찰에 넘겨지는사건이 발생, 이들의 기획탈북 여부에 대해서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중 탈북자를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남한을 포함한 제3국으로 `탈출'시켜주는기획망명 또는 기획탈북은 국내 탈북자 지원 NGO를 중심으로 조심스레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NGO는 우리 정부가 이를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탈북자가 주중 재외공관에 진입하면 중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3국행을 추진하지만 중간에 NGO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등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NGO는 정부가 이 같이 소극적인 `조용한 외교'만을 고집하는 사이 상당수의 탈북자가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되는 등 인권을 외면당하고 있어 기획탈북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 북한인권법안 통과는 이 같은 기획탈북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지원 자금 제공을 미국이 법적으로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북한 이외 지역의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원조를 제공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2005∼2008년 회계연도간 매년 2천만 달러의 지출을 승인한다'는 게 그것이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법안 통과로 기획망명 조장 가능성은 높아졌다. 자금을 지원받는 국내외 NGO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인권을 빌미로 금전을 목적으로 한 탈북 브로커가 더욱 활개칠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원금 배분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그동안 기획탈북을 주도한 단체들의 활동방식과 성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개인보다는) 법인을 위주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망명 활동이 활발해진다 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바뀌지 않는한 NGO들의 중국내 활동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재중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에 부각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남북한 양측과 관계를 고려해 검거된 탈북자는 북송하되 재외공관에 진입한 탈북자에 대해서는 3국행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보장하고 있다. 단, 법안 통과로 NGO의 물밑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을 우려해 중국 당국이북한 접경지역에 대한 출입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등 공안의 단속은 심해질 가능성이다분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아닌 제3국을 통한 망명이 쇄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경섭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예산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주중 공관을 통한 위험한 방식의 망명 시도보다는 다른 나라를 통하는 등 탈북 루트가 더욱다양화하고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탈북을 기획하는 NGO의 활동이 금전 측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 질 수 있는계기가 마련된 만큼 이제는 재중 탈북자들의 3국행을 유도하기 보다는 중국에서의정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기획탈북 방향이 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탈북자 대다수가 정치적인 목적보다는 식량난 등 경제적인 이유로 북한을 탈출하기 때문이며, 그들 역시 이를 더 바란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3국행을 선택할수 밖에 없으며, NGO 활동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