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부터 실시되는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의원들은 자료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중앙 부처 등 피감기관들이 민감한 국감자료 제출을 꺼리면서 의원들과 보좌진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탓도 있지만,공무원 노조의 힘이 세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황=여야 모두 자료 기근 현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입법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 때문에 여당에 대한 정부 관료들의 태도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며 역차별론을 제기할 정도다. 여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29일 "지난 16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당 의원이 국감 자료를 요청하면 부처 관계자들이 직접 와서 배경설명까지 하는 경우가 일반화돼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자료를 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러 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재경위 소속 여당 의원은 "금감원에 시중은행의 '예대 마진'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더니,금감원측은 '은행들이 자료를 주지 않는다'는 등 여러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한나라당이 '과반 제1당'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부처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이해찬 총리 취임 후 공직자들이 국회를 깔보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데는 공무원노조 활성화 등이 한몫하고 있다. '과천청사직장협의회연합회'는 지난 19일 올해부터 과도한 자료 요구,고압적이고 무례한 태도 등 잘못된 국감행태를 뿌리뽑겠다며 의원활동에 대한 평가작업에 나섰다. ◆예산 반영 엄포=사정이 이렇게 되자 한나라당은 '예산 심사'를 무기로 들고 나오고 있다.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 비협조적인 부처와 기관에 대해 올해 예산심사 때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는 "국감 자료에 소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부처를 상임위별로 파악하고 있다"며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부처별 예산심의 때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한나라당은 또 국감 자료 제출 '최악 기관'을 선정,발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실·국·과 등 실무부서가 아닌 장·차관을 통해 직접 자료제출을 요청하거나 상임위 명의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일괄 주문제'를 모색하고 있다. 홍영식ㆍ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