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노무현 대통령의 표정이 모처럼 만에 밝았다. 청와대의 한 측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과가 좋았다는 판단을 했다"며 "무엇보다 이번 방러와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비교적 잘 돼 노 대통령이 이 부분에서 비교적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방문에 대한 언론보도가 좋았던 것은 정상회담 도중에 총 10여건의 기업부문 계약체결이 있었던 것도 크게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 LG상사 삼성물산 등이 이 시기에 맞춰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계약을 성사시켜 노 대통령의 방러를 '좋은 기사'로 만드는 데 기여했는데 한·러 기업들이 정상회담에 맞춰 서명하길 강력히 원했다는 후문이다. 러시아 정부 역시 이에 강력 동조,정상회담때 민간부문의 계약이 함께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4일 "노 대통령이 처음에는 양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같은 테이블에서 민간 기업들이 서명을 하는 방식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꼭 그럴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며 "그러나 민간기업이 일을 끝까지 성사시키는 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는 진언에 따라 적극 수용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평소에도 재벌총수 등 기업인들을 많이,자주 만나라는 참모들과 주변의 권고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편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벌총수들의 개별 독대나 그룹별 만남에 대한 권유에 대해서도 "꼭 그렇게 해야만 하나"라며 부담감을 표시하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미국을 방문,북핵 해결과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정상외교를 벌이고 한 달 만에 일본도 국빈방문했으나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등신외교'라고 몰아세우는 등 적지 않은 비판도 받았다. 이어 중국 방문에서도 언론의 '칭찬'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나 4강외교의 마무리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중국방문에서는 상하이의 발전상을 본뒤 청와대 참모들까지 '상하이 쇼크'를 받아 화제가 됐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