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부대장 황의돈 육군소장) 1진 후발대가 22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아르빌에 무사히 도착함에 따라 출국한지50일만에 모든 물자 및 병력 이동이 완료됐다.


지난달 3일 선발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중간 경유지인 쿠웨이트로 떠났던 자이툰부대 장병과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주둔했던 서희.제마부대원 약 2천800명 가운데 마지막 병력이 평화재건 지원임무 수행지역인 아르빌에 이날 안착한 것이다.


국방부가 22일 공개한 자이툰부대의 이동작전 일지를 중심으로 출발에서부터 쿠웨이트 경유, 아르빌 안착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정리했다.


◇쿠웨이트에서 1달간 사막적응 훈련=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찬반논란 분위기가 고조되던 금년 2월23일 창설된 자이툰부대는 8월3일부터 장병 안전을 이유로 민항 전세기편으로 비밀리에 서울공항을 출발, 쿠웨이트내 미군기지인 캠프 버지니아에 군장을 풀었다.


자이툰부대의 첫 임무는 보름전인 7월19일 450여대의 차량과 각종 물자가 든 컨테이너 245개동을 싣고 부산항을 떠나 쿠웨이트 슈아이바항에 도착한 상선 2척으로부터 장비와 물자를 하역해 캠프 버지니아로 옮기는 것이었다.


쿠웨이트에 도착한지 2주만에 이 임무를 부여받은 자이툰부대는 슈아이바항으로부터 100여㎞ 떨어진 캠프 버지니아까지 나흘 밤낮에 걸쳐 아무런 사고도 없이 차량과 물자를 수송,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또, 지상교통을 통해 이라크 아르빌로 이동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매일 새벽3시에 기상해 2시간 동안 차량주행 훈련을 반복했다.


혹독한 '사막더위'에도 불구하고 주둔지인 캠프 버지니아에서 북서쪽으로 40여㎞ 떨어진 훈련장인 우다이리 사격장을 오가며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한 '종합훈련'도 펼쳤다.


◇병력ㆍ물자 수송 위한 `파발마 작전'= 이달 2일 황의돈 사단장을 비롯한 부대원들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등 '삭발투혼'의 각오로 출정식을 갖고 아르빌로 이동을 위한 작전명 '파발마 작전'의 성공을 다짐했다.


작전 개시일인 3일 새벽 3시.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자이툰부대 1제대 대원들의조용하고도 빠른 손놀림과 함께 차량 엔진의 경쾌한 시동음이 쿠웨이트 밤하늘을 가르며 '파발마 작전'의 서막이 올랐다.


건투를 비는 후발대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1달이상 머물렀던 캠프 버지니아를 출발한 자이툰부대 1제대는 2시간여만에 쿠웨이트와 이라크 국경지대인 나비스타에 도착,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떼운 채 차량과 개인화기 등을 최종 점검했다.


쿠웨이트 체류기간 내내 비교적 느긋한 모습을 보였던 자이툰부대원들은 나비스타를 떠나 이라크 국경마을에 닿는 순간부터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곳곳에서 전쟁의 상흔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이툰부대는 한순간의 경계심도 늦추지 않은 채 9시간을 달려 오후 2시께 이라크내 첫 기착지인 캠프 세다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작전 2일차인 4일에는 자이툰부대가 6시간에 걸쳐 흙먼지가 뿌였게 흩날리는 비포장도로 등을 달려 이라크 중부 캠프 스케니아에 도착, 10시간의 휴식을 취한 뒤이날 오후 6시에 기상해 야간 이동을 준비했다.


장장 1천115㎞에 이르는 긴 이동로를 감안하면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이동을해야 조금이라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밤 11시 캠프 스케니아를 출발한 자이툰부대원들은 이라크의 중심부이자무장세력들의 저항이 거센 바그다드 통과를 앞두고 출발 이후 가장 초조하고 긴장된시간을 맞았다.


그러나 바그다드 시내에 걸린 초승달을 배경으로 시속 80㎞ 이상의 속도로 4시간 달린 끝에 아무런 사고도 없이 바그다드를 무사히 통과해 인근 미 공군기지인 캠프 아나콘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밤낮이 바뀐 채로 하루를 보낸 장병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1천115㎞의 대장정의마지막 기착지인 아르빌에 도착한다는 기대감으로 5일 밤 8시께 차량에 다시 몸을맡기고 행군을 계속했다.


밤새 티크리트를 지나고 티그리스 강을 건너 출발 6시간만인 6일 새벽 3시 멀리유전지대를 알리는 벌건 불기둥과 함께 키르쿠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오래 머무를 여유도 없이 키르쿠크 공항에서 30분간 달콤한 휴식을 취한 자이툰부대는 새벽 기운을 온몸에 안고 6시간을 달려 아르빌주의 관문으로 목적지까지 차량으로 1시간 거리인 '알툰카프리'에 입성했다.


자이툰부대원들은 멀리 보이는 모습이 아르빌 정경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쿠웨이트 캠프 버지니아를 출발한 지 3박4일만에 드디어 주둔지에 안착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파발마 작전'이 대성공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자이툰부대는 이같은 '지상이동로'를 통해 이달 3일부터 이날까지 병력 1천175명과 장갑차 및 차량 394대를 아르빌까지 이동시켰다.

미군 C130 수송기 23대가 동원돼 병력 1천284명의 공중수송작전을 지원한 것도 작전성공에 큰 도움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