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만 빨리 하면 뭐합니까. 시장이 없는데.."(삼성전자) "집에 금송아지가 있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죠."(LG전자)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경영전략이 극명한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지난 15일 라이벌 삼성전자를 기습으로 '제압'했다.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한 차세대 HD급 녹화기록기 `블루레이 리코더'(모델명 BH-6900)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것. 이 제품은 소니, 파나소닉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번째 출시인 동시에 세계 최초의 셋톱박스 내장 일체형 블루레이 디스크 리코더라고 LG전자는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CD, DVD를 잇는 3세대 광디스크로 각광받고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리코더를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개발한 뒤 올 하반기 중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LG전자의 기습에 당하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4월 발표회에서 "차세대 광디스크 분야 초기부터 원천기술 규격 제정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런 기술력을바탕으로 블루레이 리코더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며 고액의 로열티도 기대할 수있게 됐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LG전자는 `개발에서는 선수를 빼앗겼지만 출시에서 한발짝 앞서 가게 됐다'며내심 흐뭇해 하는 분위기인 반면 불의의 일격을 당한 삼성전자는 당황해 하면서도 `핵심기술을 외국에서 받아온 것과 독자 개발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LG전자의 `출시 우선' 전략은 이달 초 세계 최대 55인치 LCD TV 신제품(모델명55LP10D) 출시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종전까지 42인치 제품을 갖고 있어 삼성전자의 46인치의 기세에 눌려 있던 LG전자는 55인치 제품으로 `치고 나옴으로써'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1월 57인치 LCD TV까지 개발해냈지만 시장에는 46인치제품까지만 내놓고 있다 추월을 허용했다. LG전자 디지털 디스플레이&미디어(DDM) 사업본부장 우남균 사장은 지난 6일 발표회에서 출시 의미를 묻는 질문에 "집에 금송아지가 있으면 뭐합니까?"라는 말로대답을 대신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개발이 늦은 것은 돌이킬 수 없지만 출시는 다르다"면서 "조기 출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비자 중심의 경영 마인드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력만 있으면 제품 양산 및 출시는 아무런 문제가안된다"며 "지금은 DVD 시장이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기여서 블루레이 리코더의 조기 출시는 중요하지 않으며, LCD TV도 40인치와 46인치가 대세를 이룰 것이기 때문에 50인치대 양산은 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품 출시 시기를 중시하는 것은 시장에서 이미지를 부각시켜 기술분야의 약점을 메우려는 조급함의 표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