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정혁신 박차 가하는 전형수 서울청장



지난해 4월 참여정부 들어 재경부와 국세청간 첫 교류인사로 중부국세청장에서 국세심판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전형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15개월여만에 국세청으로 금의환향했다.


지난 7월말 취임사를 통해 '마부작침(磨斧作針)'과 '동심동덕(同心同德)' 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직원들에게 세정혁신과 조직화합의 중요성을 강렬하게 전달했던 전 청장은 부임 직후부터 정례적인 세정혁신 토론회를 개최하는 '북스타트(Book-Start)'와 '토마토 운동' 등을 전개하며 세정혁신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재경부와의 1급 인사교류라는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로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경제계의 주목을 끌어던 그가 취임 2개월여 만에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서울국세청장 자격으로 가진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전 청장은 인터뷰에서 '접대비 실명제'와 '조사국 비노출제도' 등 국세청이 지금 펼치고 있는 세정혁신의 핵심이면서도 기업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먼저 15개월여만에 국세청에 복귀하신 소감은?


지난해 4월 참여정부 첫 교류인사로 중부국세청장에 임명되자마자 재경부 국세심판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1년 3개월여 만에 국세행정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국세청장의 중책을 맡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들뜬 마음을 접어 두고 현재 본청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세정혁신을 지방청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직접적 과세권자인 국세청에서 근무할 때와 심판원장으로 재직할 때 납세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떠셨습니까?


직접 세금을 걷는 징수기관에서 근무해오다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인 국세심판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니 보다 넓은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국세청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심판원 재직시에는 납세자의 입장에서 권리구제가 집행될 수 있도록 불복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만족도를 제고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다시 서울청장으로 복귀한 만큼 이 같은 경험을 살려 납세자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세무행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고려한 하반기 세무조사 운용방안과 세정지원 방안 등을 말씀해 주십시요.


하반기에는 본청의 '경제 활성화 지원을 위한 세무조사 운용'지침에 따라 국제 원유가·환율의 불안정, 국내투자 및 소비위축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국민경제의 활성화를 적극 뒷받침 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세정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세무조사가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2∼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한편 일시적 자금경색 또는 재해 등으로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성실한 기업에 대해서는 납기연장, 징수유예 등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외국계기업 등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그러나 경제안정을 저해하는 부동산투기, 변칙적인 상속·증여나 유통질서 문란 및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집중하여 강력하게 대처할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접대비 실명제>로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접대비 실명제 한도액을 100만원으로 상향조정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지요?


기업 업무와 관련 없는 접대비를 인정해주면 기업이 부담해야할 비용인 주민세를 포함한 29.7%의 세금을 정부가 부담하게 되며, 봉급생활자들한테 세금 걷어서 업무무관비용까지 부담해줄 만큼 세수가 여유롭지 못합니다.


재계의 요구대로 접대비 입증제도를 완화할 경우 경기회복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고, 또 (접대비실명제)는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한 세정혁신의 방안으로 시행된 제도인 만큼 당초 취지대로 계속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접대비 개선조치는 세부담의 공평성 제고, 기업 체질강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입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우리 기업인들이 건전한 접대문화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세정혁신의 일환으로 도입된 <조사국 비노출 제도>가 기업에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국세청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납세자와의 지연, 학연 등을 통한 비공식적이고 음성적인 접촉으로 조사와 관련해 청탁을 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조사조직 및 조사공무원의 명단을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노출 운영에 따라 납세자들의 상담이나 문의 등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조사상담관실을 활짝 개방해 세무조사와 관련한 모든 애로사항이나 건의, 문의사항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조직이 비노출로 운영되더라도 조사상담관실을 활용하면 과거보다 더욱 편리하고 만족스럽게 세무조사 관련 불만이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은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입니다. 서울지역을 관할하는 지방국세청장으로서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요?


그동안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떴다방' 등 투기를 부추기는 행위를 단속해 분양현장에서의 투기행위를 차단하고, 투기가 극성을 부릴 때마다 서울청은 조사인력을 투입해 조사함으로써 투기를 차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03년에는 3075명을 조사해 총 1080억원의 탈루세액을 추징했으며 올해도 1901명을 조사해 1250억원을 추징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앞으로 자체개발 한 '분양권전산관리시스템'을 적극 이용해 분양권청약 과열현상을 보인 서울시내 주요아파트의 분양권당첨자와 양도자를 파악해 무신고자와 불성실신고자를 가려내 엄정하게 과세하고, 이와 관련된 불법 행위에 대하여는 관할관청에 통보하는 등 지속적인 대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참여정부 들어 최대의 화두는 '혁신'인 것 같습니다. 수도청으로서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혁신해 나아갈 계획이신지요.


국세청은 참여정부의 혁신 방향인 '일 잘하는 정부'와 '대화 잘하는 정부' 실현을 위해 납세서비스의 질적 혁신과 세무조사시스템의 전면개편 등 인프라를 구축한 데 이어, 금년에는 납세자가 세정혁신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실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7월 30일자로 부임한 직후부터 세정혁신을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선 간부들의 혁신마인드 함양의 일환으로 혁신관련 우수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북스타트(Book-Start)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 매월 첫째주 토요일은 '전문분야 학습 및 토론의 날'로 정해 세정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문교육과 업무에 관한 토론을 실시하고 셋째주 토요일은 '혁신과제 토론의 날'로 정해 세정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나 개선방안을 토론하고, 혁신아이디어 발굴이나 추진상황을 돌이켜보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점 추진할 혁신분야로는 무엇보다도 납세서비스의 혁신을 들 수 있습니다. 국세행정은 침익적(侵益的) 행정의 성격상 국민·납세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정환경 속에서 납세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납세자가 간편하면서도 최소의 비용으로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한 납세자에게 봉사와 친절과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좋은 의견을 수렴해 최우선적으로 실천하겠습니다.


이밖에도 투명하고 엄정한 조사시스템의 발전적 운영, 공정과 투명이 우선하는 깨끗한 세무관서, 직원 사기진작 대책 등을 역점 추진하고 세정 전반에 걸쳐 불필요한 일을 감축하는 등 업무프로세스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청장님께서 이번 세무서 순시시 직원들과 혁신토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과의 혁신토론에서 어떤 점을 느끼셨는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혁신토론을 계속하실 계획이신지요?


제가 부임이후 첫 업무파악시 국·과장 및 계장 참석하에 토론하면서 우선 시급한 39개의 혁신과제를 발굴했고 일선 6개 세무서를 순시하면서도 직원들과 토론시간을 가져, 여과되지 않았으나 솔직하고 좋은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토론에 참석한 직원들 입장에서는 의견 하나 하나가 모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었으며, 제시한 대안 모두가 국세청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제시된 개별의견에 대하여는 정밀 검토해 그 실행여부에 관하여 자체실행, 본청 건의, 기타로 분류해 추진하고 그 내용을 각 제안자에게 개별 통보하여 줌으로써 철저히 사후관리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토론회를 계속 할 것이며, 청장과 직원간 수평적인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자유스런 토론분위기를 적극 조성할 생각입니다.


△서울청은 납세자의 수준이 높고 세무행정 서비스 기대 또한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납세자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요?


서울청에서는 납세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제도적, 환경적 요소들을 개선하고 시대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민원봉사실은 민원증명 발급, 사업자등록, 각종 신고서 접수, 세금수납 등 모든 업무를 종합처리하고 있으며 민원을 처음 접수하거나 전화를 받은 직원이 끝까지 책임지고 처리하는 One-Stop서비스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규사업자에 대해서는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세금교육 및 애로사항을 청취해 신규사업자가 사업과 관련한 세금지식을 알지 못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사전 고충민원 발생 축소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납세자가 세무서에 가지 않고 사무실이나 집에서도 세무업무를 간단히 처리할 수 있도록 홈택스서비스를 통해 각종 세무신고, 전자고지 및 납부 등 다양한 납세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도적, 환경적인 개선을 통하여 납세자가 기분좋게 세금을 내는 환경을 조성하고 납세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 서울청은 부조리 근절을 위해 그동안 강도 높은 자정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과거에 만연하였던 관습적 행태의 부조리는 상당부분 사라졌으나, 아직도 세무조사 등의 대가성 부조리가 일부 남아있어 보다 확고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부조리 근절대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시스템에 의한 부조리방지 대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기존의 '조사상담관실 기능을 강화'해 조사집행조직을 견제하는 등 사전로비 및 부조리 소지를 차단하고 '조사조직 비 노출 운영'으로 비공식적인 접촉을 차단하며 금품제공 납세자를 특별관리 함으로써 납세자의 금품제공 의사를 차단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세무서 각과에 '클린-면회실'을 설치해 방문 납세자의 친절한 안내는 물론 투명한 업무처리를 가능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도봉·구로세무서에 9월중으로 시범 설치한 후 다른 세무서는 실정에 맞게 확산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부조리 소지를 없애나가기 위해 세무조사 전 과정을 검증해 금품수수 분위기 차단 및 색출하고 기획감찰강화로 사고다발관서 및 취약분야를 집중감찰하는 한편 문제직원, 관리자 등 비위소지자에 대하여는 특별감찰활동을 실시하고 누적관리를 강화해 부조리 없는 깨끗한 서울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끝으로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해 주시지요.


먼저 장기적인 안목에서 비전을 갖고 뛰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사회발전과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이미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몸 담고 있는 현 직장은 제1의 직업이며 남은 제2의 인생이 무척 깁니다.


현 직장에서 얼마만큼 최선을 다하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느냐에 따라 제2의 인생이 좌우될 것입니다.


또 세정이라는 업무 성격이 진취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고 능동적으로 업무에 임해 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긍정적 분위기 확산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십시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매일 보는 현재의 동료들은 퇴임 한 뒤 제2의 인생을 살아갈 때도 다시 만나게 될 평생 동지입니다.


서로 아껴주고 배려해 주는 마음을 갖으면 직장생활이 한결 윤택해질 뿐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할 좋은 동지를 얻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정혁신을 위해 애쓰고 계신 이용섭 국세청장님을 중심으로 마음을 합쳐 '동심동덕(同心同德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다같이 힘쓰고 노력한다)'할 수 있도록 지방청과 일선 세무서, 상사와 부하직원이 하나라는 동일체의식을 갖고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조세일보 / 주효영 기자 fatum@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