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를 두들겨보고도 안건넌다'던 효성그룹이 드디어 돌다리 건너기에 나섰다. 신(新)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기업인수합병(M&A)의 가능성을 타진해오던 끝에 본격적인 '베팅'에 나선 것.재계는 발걸음이 무겁기로 유명하던 효성이 동시다발적인 M&A전에 뛰어들자 이 회사의 마스터플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효성은 지난 14일 대우종합기계 인수제안서를 자산관리공사에 제출했다. 이 회사는 같은 날 워크아웃 중인 대우정밀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효성은 "오랜 기간 동안 신중한 검토 작업 끝에 그룹의 미래를 화학섬유 중공업 두 축에 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시너지효과 노린다 효성이 가장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M&A 대상은 대우종합기계.건설장비 공작기계 등을 생산하는 연매출 2조3천억원짜리 대우기계를 인수,중공업 부문을 화학섬유 부문과 함께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효성은 대우기계를 인수한 뒤 발전용 모터,송변전 설비 등을 중국 등지에 수출해온 기존 중공업 부문의 영업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효성은 또 자동차용 모터 엔진 에어백 등을 생산하는 대우정밀을 인수,중공업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자동차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또 국내 3위(연산 4만t)의 스판덱스 생산업체인 동국무역 인수를 타진하면서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의 경영권을 확보,화섬분야의 경쟁력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자금조달은 걱정말라" 문제는 효성의 자금조달 능력이 그만큼 탄탄하느냐는 것.대우종합기계와 대우정밀의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적어도 7천억원,1천억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효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M&A 자금은 충분히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 유가증권 등 당장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이 많은 데다 금융권의 자금지원도 협의가 끝난 상태라는 설명이다. 업계도 효성의 이같은 자신감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3천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에 3천억원의 감가상각비까지 포함하면 현금흐름이 6천억원 정도에 이르는 만큼 1년에 4천억∼5천억원 정도의 돈은 굴릴 수 있다는 분석.영업 외적으로도 KTF주식 3백만주(6백억원 가량)에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공장,건물 부지 등 자산을 매각하면 현금동원능력은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엇갈리는 업계 반응 화섬업계는 효성의 적극적인 M&A 시도에 대해 '그동안 너무 한 우물만 팠던 효성이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엔진 찾기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섬유 중공업 등 효성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 확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몸집 키우기에 나서기에는 지금의 덩치도 너무 크다'는 의견도 많다. 1조8천억원대의 차입금도 적은 수준이 아닌 데다 벌여놓은 사업도 많아 지금은 정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소용환 연구위원은 "획기적인 아이템을 찾아 몰라 보게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은 차입금을 상환하고 정리할 사업은 정리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