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확정한 열린우리당이일부 `저명한' 사회원로들의 국보법 폐지 반대 의사 표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13일 종교계 지도자 연쇄 면담의 첫 일정으로 조계사를 방문,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法長) 스님에게 국보법 폐지와 보완입법 계획을 설명하고 지지와 협조를 요청하려 했으나, "충분한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쓴소리만 들어야 했다. 또 같은 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예방을 받은 김수환(金壽煥) 추기경도 국보법 개폐 논란에 대해 "법 개정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폐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종교계 지도자에 대한 릴레이 설득을 추진중인 여야 대표의 첫날 `대결'에서 이의장이 박 대표에게 완패를 한 셈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종교계 지도자들로부터국보법 폐지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우리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당혹감과서운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부영 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추기경의 국보법 폐지 반대 입장에 대해"연세높은 분들의 말씀을 우리가 참작해야 한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봤을 때 세대간감각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는데, 좀더 지켜보면 그렇지 않은 발언도 있을 것"이라며`세대차'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의장은 14일 오전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백도웅 총무목사 일행을 만나 국보법 폐지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대국민 설득전을 멈추지 않았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원로들의 얘기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뒤쫓아가서는 급변하는 시대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원로들의 반응을)예상은 했지만, 우리 사회의 중요한 원로들이 이런 문제를 밝게 봐줄 수는 없는지,한발짝 앞서서 시대를 계도해 줄 수는 없는지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지난 9일 보수원로들의 시국선언에 대해서는 "나라 걱정이라고 할 수없는 수준 이하의 시국선언"이라며 "특히 시국선언에 6.15남북정상회담의 취소와 대통령 탄핵 얘기가 있는 것을 보고 절망감을 느꼈고, 참담한 심경이었다"고 비판했다. 대국민 설득작업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밀어붙이기식 국보법 폐지 추진을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보법 폐지론자인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지만,밀어붙이는 식으로 비쳐서는 안된다"며 "개정을 주장했다가 마지못해 폐지로 돌아선동료의원들의 입장을 감안해야 하고,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감정을 자극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의 언급은 여야 4당의 국보법 폐지의원 모임이 15일 국회 본청 앞에서갖기로 한 공동 기자회견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