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야간작업으로 인한 소음과 악취ㆍ분진 등의 피해를 본 주민이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많았지만 판결이 선고된 사례는 이번이처음이다. 소음이나 악취ㆍ분진 등 생활환경 관련 피해 사건은 대부분 이웃간 분쟁인 탓에 국민의 법 감정상 소송중 조정을 거쳐 보상금 지급이나 소음방지 시설 설치등으로 합의가 이뤄져 온 것이 관례다. 그러나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이웃이 늘고 개인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는 등 법 감정이 변화하는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은 유사분쟁을 조정이 아닌 판결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주택가 공장이 야간에 소음과 악취로 인근 주민의 수면권과 휴식권을 침해하는 경우 피해 주민은 공장운영자에게 기계작동 금지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 수면권과 휴식권은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에 속하는 만큼 야간작업 금지는 당연한 법적 결론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재판부 관계자는 "핵심 쟁점인 휴식과 수면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시간을 정하는데 원고의 행복추구권 뿐 아니라 피고의 영업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지시간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조권 침해의 경우 `동지 기준으로 오전 9시∼오후 3시에 연속 2시간 또는 오전 8시∼오후 4시에 통산 4시간'이란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소음이나 진동, 악취 등은 그동안 판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장 운영자의 권리와 주민의 권리를 조율하는 `수인한도'의 범위를 놓고 법원은 `매일 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의 12시간동안'이란 원고측 요구보다 훨씬 줄어든 `매일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5시의 7시간'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가족들이 소음ㆍ악취로 고통을 겪은 것은 분명하지만 원고의 주택이 준공업지역에 있고 피고가 소음ㆍ악취 방지시설을 하는 노력했으며 경영을 위해 공장운영을 무제한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수면권 보장을 위한 오후 10시∼오전 5시의 시간은 이같은 여러사정을 고려해 내려진 결론"이라며 "향후 유사 재판이 있을 경우 각 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작업금지 시간이 늘거나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기자 cim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