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인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의 `주별 승자 독식제(Winner-take-all)'에 변화가 올 조짐이나타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오는 11월2일 선거인단의 주별 승자 독식제를 폐지하고 대선 후보의 득표 비율대로 선거인단을 배정하는 법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벌일 예정인콜로라도에서 이 법안의 지지율이 60% 선에 이르고 있어 통과가능성이 높다고 13일보도했다. 이 법안은 주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유효성을 놓고 소송이 벌어질 것이 거의 분명하지만 이 마저도 뛰어넘어 법이 발효된다면 그 의미는 사뭇 크다. 당장 지난 2000년 총득표 수에서 조지 부시 현 대통령에게 이기고서도 선거인단수에서 져 결국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는 콜로라도주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득표 비례 선거인단 배정제가 시행됐더라면 8명의 선거인 가운데 최소한 3명을 얻어 당선할 수 있었다. 인구 센서스 결과에 따라 주별 선거인단 수를 조정한 올해 콜로라도주의 선거인단은 9명으로 한명이 더 늘었다. 현재 판세는 부시 대통령이 근소한 우세를 점하고있지만 새 법안이 시행된다면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현재 판세대로라도 최소한 선거인 4명은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 법안에 찬성하고 공화당이 반대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공화당 소속인 빌 오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전국적으로 선거인단 승자 독식제가 폐지되는 것은 바람직하겠지만 콜로라도만 이를 폐지한다면 주별 승패가 전체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져 대선 후보들이 우리 주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웬스 주지사조차도 "유권자 한 사람이 한 표를"이라는 구호가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이 법안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릭 리더 민주당 정치고문은 "사람들이 열띤 호응을 보이고 있다"고 법안 통과에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이런 제도가 광범위하게 시행된다면 공화, 민주 양당 모두가 상대당이 강한 지역에서도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벌여 지역별 당파성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콜로라도에서 `승자 독식제'가 폐지된다면 다른 주도 이를본받아 200년 이상 유지돼온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골간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예상했다. 2000년 대선을 계기로 미국의 대선도 직접 투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이를 위한 헌법 개정은 너무나 절차가 어렵고 복잡해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실정이다. 그러나 각 주가 자신의 권한으로 돼 있는 선거인단 배분 방식을 개선하면사실상 직접선거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메인주는 지난 1969년, 네브래스카주는 1992년에 `승자독식제'를 폐지했으나 그 대신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주전체 1위 득표자가 선거인단 두명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각 의회 선거구의 승자가 한명씩을 차지하게 돼 있어 콜로라도가 추진중인 방안과는 차이가 있다. 두 주 모두새 제도를 시행한 이후 주전체 1위와 각 선거구 1위는 모두 같은 후보여서 `승자 독식제'와 비교할 때 결과의 차이는 없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