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식사습관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면 애피타이저(前菜) 수준입니다. 값비싼 메인요리를 주문하고도 애피타이저로 성급히 배를 채워 메인은 '그림의 떡'이 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느긋이 냅킨을 두르고 쥬스로 입술을 축이며 포크와 나이프를 드는 유럽인들과는 너무 다릅니다. 주식투자 습관도 마찬가지 입니다." 유럽계 U증권 A임원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샴페인을 성급히 터뜨리는 악습을 되풀이한다"며 중장기적 안목이 부족한 점을 이같이 비유했다. 메인 요리(주가상승)가 곧 도착한다는 걸 알면서도 인내심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외국계증권사에 비친 한국 투자문화는 한마디로 '조급증'으로 요약된다. "내일을 기다릴 줄 아는 개인투자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게 외국인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실제 워렌 버핏 피터 린치등 세계적 투자귀재들은 적당한 주식보유기간을 20년 이상으로 제시하고있다. 최악의 조정을 겪어도 이익을 낼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그 이유다. 외국계 M증권 L임원도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평균 3년 이상 장기투자하지만 한국 개인들은 단기에 '더블(double)'수익을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인의 경우 주식투자가 '노후를 위한 저축' 또는 '자식들에 물려주는 상속'이란 개념을 확고히 갖고있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T투신운용 P임원은 한국 개인들의 개별종목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영국 투자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간접상품인 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반해 한국은 전문가들이나 하는 종목분석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투자자가 종목의 등락에 웃고우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접투자의 리스크를 설명하고,투자기간이 초단기인 점이 잘못됐다고 지적해도 '하루살이' 종목을 추천해 달라는게 한국투자자라는게 그의 결론이다. 그는 영국에서 직접투자는 금융기관 종사자나 자산이 1백억원이 넘는 거부 등 소수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유럽계인 D증권의 C애널리스트는 저가주사냥 문화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5월 친분이 있던 고객이 투자 유망 종목을 물어와 포스코를 권했습니다. 주가가 13만원대로 단기 저점을 확신해서였죠.며칠을 고민한 이 고객은 결국 포스코 대신 코스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주당 가격이 싸다는게 그 이유였죠.하지만 이후 포스코는 신고가를,코스닥종목은 사상 최저치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한국 개인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투자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에와서 애널리스트의 위상과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자들이 기업분석보다 테마주를 고집하는 것을 꼬집는 외국인도 많다. 미국계 C증권 임원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밸류에이션(valuation)분석을 제쳐두고 모멘텀플레이(momentum-play)와 분위기(sentiment) 투자가 성행하는데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웬만한 재료에 눈 하나 깜짝않는 미국 투자자를 예로 들며 "잘 모르는 기업을 위해 주머니를 여는 무모한 투자자"라고 쓴소리를 했다. "각자 전문 분야가 있듯 주식시장에도 프로들이 있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증권사나 투신사를 선택해 밑고 투자하면 됩니다. 직접 종목을 선택한다면 장기간 보유할 우량주를 찾아야 합니다"란 U증권 한 임원의 조언을 새길때이다. 김진수·임원기·박동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