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서울 코엑스 열린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2004 Inno-Tech Show)'에 참석,"현재 2천6백개인 기술혁신중소기업을 2008년까지 1만개로 늘려 중소기업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혁신기업 육성에 국가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신호다. 왜 혁신기업인가. 앨빈 토플러가 말하는 '제3의 물결'시대에선 제조업기반의 산업 구조가 깨지고 혁신주도형 경제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거기선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혁신기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래서 불황이 '발등의 불'이라면 혁신기업 육성은 후손에 물려줄 '유산'으로 볼 수 있다.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그 주인공은 혁신기술을 선도하는 기술혁신기업이다. 아끼고 줄이고,이익을 덜 내는 '내핍'경영이 혁신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한국경제가 지금 '고용없는 성장'을 체험하고 있는 것도 잘못된 체질 개선에 기인하는 바 적지않다. 혁신기업은 △첨단·고도기술의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에 연관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기업지원 서비스업을 말한다. 이들 기업은 '고위험 고수익'을 좇는 특징이 있다.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하는 덕택에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으며 자연스럽게 고용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성공확률이 낮기 때문에 초기에 창업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등 '계륵'(鷄肋)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혁신기업이 싹트기 위해선 이들의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 주거나 위험을 분산시켜주는 등 '묘판'을 잘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이 IT(정보기술)강국이 된 것도 벤처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벤처 거품이 꺼지고 벤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추락하면서 정부마저 벤처를 외면하고 있는 인상이 짙다. 한때 최고 신랑감으로 대우받던 벤처 종사자들이 아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소식이 벤처 열풍이 사그라졌다는 방증이다. 기술력을 가진 유망 벤처기업도 담보가 없으면 은행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술력은 있으나 담보력이 부족한 혁신선도형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힘을 얻어가고 있다. 꽁꽁 얼어붙고 있는 경제에 불씨를 지필 불쏘시개 역할을 혁신기업이 담당해야 한다는 논거에서다.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란 국가적 고민을 생각할 때도 혁신기업이 갖는 시사점은 크다. 참여정부는 어느틈에 '벤처'라는 말을 슬그머니 '혁신'으로 바꿔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여러 군데서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참여정부는 지난 8월 '제1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술,인재 및 문화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혁신주도형 경제발전 모델'을 국가 균형발전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그 중 하나인 산·학·연 모델의 청사진만 봐도 혁신기업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앞으로 산·학·연은 정부 및 대학,연구기관 등 각 주체가 개발기술 과제를 선정하고 연구 개발해 중소기업에 이전·제공하는 '공급자 중심 체계'를 벗어나 개발 과제의 선정에서부터 기술의 적용 단계와 제품화·상품화 단계까지 산업체가 참여하는 '수요자 중심,기업중심 체계'로 전환된다. 이 모델의 최소 단위이며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게 혁신 벤처기업이란 점을 눈치챌 수 있다. 혁신기업 육성에 국가역량을 모으면 '고용없는 성장'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10년 불황의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일본의 저력도 혁신기업을 적극 육성한 데서 나왔다는 평가는 귀 기울일 만하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일본 기업의 생산거점 U턴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일본 제조업체 4백13개사 가운데 16개사가 국내로 거점을 다시 이전했거나 이전을 추진 중이다. 95년만 해도 3백60개사에 달했던 일본 기업의 동아시아지역 신설법인 수도 지난 해 50여 개사로 격감했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제조업 설비투자도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올해는 20%나 급증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 기업들의 U턴 현상에 대해 생산혁신을 통한 제조업의 자신감 회복과 함께 자국 내 첨단소재ㆍ부품과 연계 중시 현상,첨단기술에 대한 해외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일본 기업들의 공감대 형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지금 혁신기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10년 후가 문제 된다. 혁신이 키워드가 될 만하다. 한국경제신문은 이에 따라 기술이나 경영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혁신에 나서는 기업 10개를 선정했다. 한솔홈데코 하츠 경동보일러 웅진코웨이개발 누리플랜 우드메탈 에이치오엔 수맥돌침대 모아맘 데일카네기 등이 그들이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