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일 대형 폭발이 일어난 북한 량강도김형직군 영저리에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는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99년7월이었다.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가 그 해 7월8일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한이중국 국경에서 12마일(약 20km) 떨어진 영저리 산악지역에 대포동 1,2호 미사일을발사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중이라고 처음 보도했던 것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는평화에 심각한 장애물"이라고 경고한 지 며칠 만의 일이었다. 이 때는 또 미국 대표단이 역시 김형직군에 있는 금창리 지하 시설을 방문(99.5)해 1998년 8월 뉴욕타임스 보도로 시작된 '핵 시설 의혹'을 해소한 지 두 달 만이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며 클린턴 행정부가 '페리보고서'를 막바지 손질하는 때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한국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영저리 지역에 무엇인가가 건설되고 있으며 한-미 양국 군은 이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돼있지만 이후 한국 정부 관계자 누구도 이 보도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보도에 대해 미국 정부 역시 관망세를 유지했고 중국측도 북-중 접경 지역에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는 경천동지할 보도에 대해 '그런 정보를 갖고 있지않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영저리 미사일 기지가 다시 이슈화된 것은 부시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1년3월2일 서울의 한 신문이 "북한이 최근 노동1호 미사일(사거리 1천300㎞) 100여기를생산, 배치했다"고 보도했을 때였다. 그러나 한국 군 당국은 페리보고서 발표(99.9)와 동시에 미국이 대북경제제재일부를 해제한데 호응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이후 미사일의 증강 생산.배치 등에 관한 징후는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며 '북 미사일 증강설'을 일축했다. 당시 군 고위 관계자는 "양강도 영저리 지하 미사일 기지의 경우 공사가 진행중인 상태로 알고 있다"면서 "이 기지에 미사일이 배치됐다는 첩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두 차례 센세이션을 일으키다 설(說)로 끝난 영저리 미사일 기지 존재 여부가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2002년 10월16일 미국이 '북 핵 개발 시인설'을주장할 때로 이 때는 '핵 시설'로 둔갑한다.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영저리 등 세 곳을 지목하며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섰다는첩보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첩보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된 바 없었고 지금도 북한의 우라늄 핵 논란은 '증거 없는 논란'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한-미 양국이 한 번도 확인한 적이 없는 '영저리 미사일 기지 건설' 또는 '핵 시설' 논란의 시작은 한 탈북자의 주장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북한에서 의문의 폭발 목격'(Suspicious Blast Seen in N.Korea)라는 제목의 서울발 인터넷판 기사에서 "1998년 한 탈북자가 북한이 미사일발사 시설과 관련한 정보를 한국과 미국 정부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한 탈북자의 말로 시작돼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은 영저리 미사일 기지의 존재여부가 이번 폭발로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