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주철현 부장검사)는 10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다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또 현철씨에게 돈을 전달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도 함께 소환해 돈을 준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과 3인 대질신문을 벌였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20억원이 전달된 정확한 시점과 돈의 명목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날 조사에서 검찰과 현철씨는 20억원의 성격을 놓고 "불법 정치자금이다""미지급 이자다"며 첨예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현철씨가 작성했다는 '70억원 국가 헌납 각서'가 논란이 됐다. 지난 97년 5월 현철씨 비리 의혹 수사 당시 검찰은 출처가 규명되지 못한 70억원을 헌납할 것을 '권유'했으며 현철씨도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그해 6월 헌납 각서를 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철씨는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포기는 없었다. 그랬다면 어떻게 이자를 받겠는가"라며 "소명할 것이고 그게 받아들여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섭씨는 "내가 조씨에게 '이자를 떼먹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며 현철씨에게 이자를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철씨가 각서를 쓴 시점부터는 헌납키로 한 70억원은 현철씨의 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문제가 된 20억원은 총선을 앞두고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인다"며 "현철씨의 재산 포기 각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기록에 편철돼 있어야 할 각서를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당시 현철씨 사건을 수사했던 이훈규 대검찰청 형사부장은 "현철씨가 각서 쓴 것을 내가 직접 봤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현철씨가 20억원을 총선 출마 준비활동에 사용했는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현철씨 은행계좌를 추적하는 등 20억원의 사용처 규명에도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현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