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올 하반기 정상외교는경제통상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넓은 의미의 `세일즈외교'다. 전세계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흐름을 타면서 급속한 글로벌화 진행에 따른 개방형 경제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무한경쟁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는 국제경제 무대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대응이자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담보하려는 필수불가결한 처방인 셈이다. 정우성(丁宇聲)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10일 비공식 간담회에서 "하반기 정상외교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경제통상"이라고 못박았다. 물론 북핵 6자회담 참여국인 러시아 방문 등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 및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경제통상 외교는 올해 첫 방문지인 카자흐스탄에서 부터 두드러진다. 카스피해 유전 공동개발 등 양국간 자원협력 강화, 정보통신 협력 약정 체결 등이 테이블 위에 올라있다. 이어 21-23일 러시아 방문에서도 동시베리아 가스유전개발 등 에너지,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사업, 우주산업 등 과학기술 협력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뿐 아니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하는 길에 내달 4-6일 인도를 방문하고,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칠레를 방문하기에 앞서 11월 중순께 브라질을 방문, 소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경제통상 관계에서 획기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BRICs는 우리의 개척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에게 무한한 수익을 제공할 새로운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이에 따라 특히 인도와 정보기술(IT), 사회간접자본, 철강 등 협력분야를 넓힘으로써 인도를 `제 2의 중국시장'이자 서남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노 대통령은 또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 러시아, 베트남은 물론이고 브라질과의관계 개선을 통해 `자원외교'를 강화하고 국내기업들의 IT시장 진출 공간을 넓힐 방침이다. 11월말 라오스에서 개최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정상회의와 연이은 영국, 프랑스, 폴란드 방문에서도 항공, 생명공학, 고속철, 신소재 등 산업기술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등 통상외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 및 아세안과의 정상외교에서 각각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간 FTA 공동연구, 한-ASEAN간 FTA 연내 협상 타결 등을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를 개방형 통상국가 반열에 올린다는 생각이다. 정 보좌관은 "이번 하반기 정상외교는 이런 통상외교의 의미외에 한반도 주변 4강 순방을 완료함으로써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반을 다지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모두 방문하게 됨으로써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주요국들에 대한 정상외교를 일단 마무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때 미.일.중.러와 각각 개별 정상회담을추진하고 아세안+3 정상회의때 한.중.일 정상회담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