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기업연구소들이 설립되기 시작한지 20여년만에 1만개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짧은 연구개발 역사를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숫적 증가다.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투자의 4분의 3을 민간부문이 차지하고 있고 기업연구소는 그 핵심이다. 따라서 기업연구소의 투자 및 성과에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대가 됐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연구개발은 정부출연연구소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기업과 대학의 연구능력이 취약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출연연구소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을 대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기술혁신이 되려면 어디까지나 연구개발이 상업화돼야 하는데 그 핵심적 역할은 기업이 맡을 수밖에 없다. 기술선진국의 경우 하나같이 기업연구소 역할이 막대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기업연구소가 산ㆍ학ㆍ연 협력을 주도할 정도이고,심지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여겨져왔던 기초연구에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기업연구소 1만개 시대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기업연구소가 1만개라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족스럽다 할 수 없다. 기업연구소가 급속히 늘어난 데에는 정부연구개발사업 신청시 우선권을 준다든지 세제 및 자금 지원을 확대한 것,또 벤처기업 인증시 유리하도록 해준 것 등 정부 정책이 큰 계기가 됐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자발적인 연구개발 마인드를 가지고 만든 연구소와 그렇지 않은 연구소의 차이가 극명하다. 연구소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곳도 적지 않고 연구개발보다 다른 목적을 가진 곳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연구개발투자가 몇몇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든지 중소기업들 간에 편차가 심한 것도 1만개 숫자에 가려져선 안될 구조적인 문제점들이다. 또한 전기전자 분야가 55.2%를 차지할 정도로 연구소가 일부 분야에 편중된 것도 연구개발 저변확대 측면에서는 생각해 볼 대목이다. 숫자보다 이제는 내실화에 눈을 돌릴 때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와 연구인력이 선진국 수준이 돼야 한다. 정부도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유인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경쟁력있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굳이 연구소를 설립하지 않아도 산ㆍ학ㆍ연 협동을 통해 연구개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