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파동으로 프로야구계가 발칵 뒤집힌 와중에현대와 두산이 잠실구장에서 `검은 수요일'을 힘겹게 치러냈다. 현대와 두산은 8일 경기가 열리기 전 병역비리에 연루된 선수 9명이 한꺼번에경찰에 소환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소환된 선수는 두산이 5명, 현대가 4명이었고 이들 중 몇몇은 이날 경기에 출장할 예정이었지만 몸도 풀기 전에 고개를 숙인 채 경찰청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남아있는 선수들도 마음이 착잡하기는 마찬가지. 과거 병역기피 혐의를 받고 곤욕을 치렀던 현대의 선발투수 정민태는 말할 것도없고 국가대표로 활약한 공로로 병역을 면제받은 두산의 선발투수 박명환도 마음이가벼울 수가 없었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단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자신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마음 아프기는 매 한가지인 듯 하다"고 말했다. 자숙하는 의미에서 치어리더들이 등장하지 않은 가운데 치러진 이날 경기는 2위와 3위의 불꽃튀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대폭 줄어든 관중은 분위기를 더 심란하게몰고 갔다. 일부 열성팬들이 비어있는 치어리더 자리를 차지하고 응원에 열을 올리려 노력했지만 쉽게 흥이 오르지는 않았다. 타자와 투수 1명이 소환돼 예정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착잡하다"며 "포스트시즌을 향한 축제의 분위기가 나야할 때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무척 아쉽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선수는 운동이 목숨이나 다름없는데 응당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 부디 운동만이라도 다시 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황량한 필드에서는 병풍이 강건너 불일 뿐인 두산의 외국인 선수 알칸트라의 어린 아들이 `배트보이'로 나서 부산스럽게 방망이를 날랐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