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못 이룬 꿈을 연아가 대신 이뤄줘 얼마나고맙고 대견한 지 몰라요. 한국 피겨 사상 첫 국제대회 우승은 연아에겐 최고의 생일 선물인 셈이죠." 지난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차 주니어그랑프리피겨대회에서 우승한`은반의 요정' 김연아(14.도장중 2년)와 고락을 함께 하며 지도했던 지현정(34) 코치는 감격에 겨워했다. 선수시절 국내 최고의 피겨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지 코치는 공교롭게도 고교 1학년이던 지난 87년 역시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던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해 중.하위권성적에 그쳤던 아픈 기억을 이번에 떨쳐낼 수 있었던 것. 당시 지 코치의 스승이었던 이인숙 국제심판도 김연아의 경기 때 심판으로 나서는 행운을 잡아 한국 빙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감격의 순간을 지켜봐 감회가 남달랐다. 지난 1908년 스케이팅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세계의 높은 벽에 막혀 좌절을 경험해 왔던 대선배들로서는 김연아가 대신 이뤄준 우승 쾌거가 더욱 값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연아 자신도 이 심판과 지 코치의 한을 풀어준 것 말고도 금메달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 7세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뒤 `피겨신동'으로 불리며 중.고교 선배들을 제치고 국내대회 우승을 독차지했던 김연아는 첫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5위 내 진입을목표로 했을 정도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점프력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지만 국제경험이 부족하고 연기 부문의 표현력이 일본의 사와다 아키, 세계주니어선수권 3위 입상자인 미국의 캐티 테일러 등에게떨어졌던 게 사실. 하지만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연기 중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악재 속에서도 바로 일어나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펼쳐 1위를 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시니어 선수들도 하기 힘들다는 트리플점프를 6차례나 완벽하게 소화하는 깔끔한 연기로 다시 1위를 차지하며 여유있는 점수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빙상연맹(ISU) 관계자들도 예상을 뒤엎는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에 뜨거운박수를 보낸 뒤 한 차원 높아진 한국 피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연아는 생일(9월5일)을 하루 앞두고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아기쁨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는 데 생일 전날 값진 선물을 받아 기분이 더욱 좋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영종도=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