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자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sjchoe@inha.ac.kr > 1백43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대로 손꼽힌다. 초창기에는 공과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대,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자랑한다. 이 학교는 최근 수잔 헉필드란 여성을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2년 전에는 스탠퍼드대 화공과 교수이던 앨리스 개스트란 여성을 연구담당 부총장과 교무부처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남성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왔던 공과대학,그중 대표격인 MIT가 연구담당 부총장에 이어 총장까지 여성을 임명한 것은 분명 전략적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수잔 헉필드의 경력을 보면 1985년 예일대에 부임해 94년 정교수가 되었으며,이후 예술과학대학원 학장과 교무처장으로 일하면서 그 업적이 높이 평가됐다. 그의 경력을 보노라면 미국 사회가 초기에는 능력 있는 여성을 발굴해내고,능력이 검증 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 키웠다는 느낌을 받았다. 즉 미국 사회는 소수자 우대정책을 통해 인물을 발굴하고,그들 중에서 위대한 리더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어떤가. 통계(2002년)로 집계될 수 있는 여성인력의 활용을 보면 전체 대학교수와 이공계 교수가 각각 14.5%와 5.8%를 차지하고 있고,국책연구소의 경우 12%다. 그러나 이들의 직급별 보직을 보면 상위 보직이 거의 전무하다. 인재는 스스로의 힘으로 큰 인물이 될 수도 있지만 주변 환경과 사회의 육성에 의해 배출된다. 올해 삼성은 5천여명의 신입사원 중에서 2천여명의 여학생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그뿐 아니고 지금 대기업에는 많은 여학생들이 남학생과 큰 차이 없이 취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우수인력을 피라미드의 아래 자리만 채우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도 MIT의 수잔 헉필드나 앨리스 개스트처럼 전문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보이면서 그 밖의 활동,즉 조직경영,인간관계,미래에 대한 통찰력,문제해결능력,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속해 있는 집단의 특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높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