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병역비리 사건이 발표된 4일 LG 트윈스를비롯해 프로야구계가 착잡한 표정이다. 과거에도 91년 정민태(당시 태평양), 99년 서용빈(LG) 등 몇차례 병역비리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해 임창용(삼성)의 간통사건, 최근 정수근(롯데)의 심야 방망이 폭행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프로야구는 이번 일로 또 한번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LG 관계자는 "구단과는 무관한 선수 개인의 비리"라고 애써 치부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탄식을내뱉었다. 사실 국내체육계에서 병역 비리는 앞으로도 근절하기 어려운 문제일지 모른다. 운동선수에게 20대 초반의 나이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성기이지만 26개월 간의 군복무는 단순히 선수생활의 중단 뿐만 아니라 재기불능의 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잠재하기 때문이다. 병역법 시행령 제49조 `예술.체육요원의 특례대상' 규정에 따르면 운동선수가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올림픽에서 3위 이내 입상, 아시안게임 1위, 축구월드컵 16위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특례 규정이 세계 최고수준의 경기력을 요구하다 보니 전체 운동선수 중 혜택을받는 선수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KBO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관계 당국의 협조 아래 국군체육부대의 야구팀 인원을 35명으로 늘려 군복무 중에도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지만 이 또한 전체 프로선수들을 소화할 수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역 브로커들은 연예인과 더불어 운동선수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개인적인 어떤 이유에도 병역 기피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 국내현실이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편법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BO는 일단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민태와 서용빈의 경우에는 당시 규정이 없어 출장금지 등의 징계가 없었지만KBO는 지난 해 규약 제147조에 `마약 및 품위손상 행위' 규정을 신설해 야구 외적인사건으로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했을 경우 최고 영구제명까지 가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