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입성 당시 '반 힐러리'라고 불리며 '정치 연설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부시대통령과 결혼했다는 말이 회자되던 조용한 내조자로라 부시가 요즘 미국 대선에서 부시 후보를 띄우는 새로운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로라 부시는 남편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31일 밤 이틀째 계속된 공화당 전당대회의 연사로 나섰다. `온정에 가득찬 사람들 (People of Compassion)'이라는 기치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로라 부시는 쌍둥이 딸들과 함께 나와 남편 및 아버지에 얽힌 가족사를 소개하고 부시 대통령의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집중 부각했다. 로라 부시는 "남편은 모든 어린이들이 더욱 안전한 세상에서 자랄 수 있도록 우리의 조국을 지키고 테러를 물리치는 데 전력을 다해 왔다"면서 "그가 힘과 신념을갖고 나라를 이끌어 온 방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라 부시는 지난 몇 달 동안 미 전역을 돌며 경제ㆍ일자리ㆍ여성 그리고 최근뜨거운 논란이 되는 줄기세포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설을 하고수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로라 부시는 이번 주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최근 논란을 일으키는 반 케리 광고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남편도 수많은 흑색선전으로 피해를 봤기 때문에 불공정하지않다"고 답해 케리 후보 측으로부터 '백악관이 그 광고의 배후라는 증거'라는 공세를 받기도 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로라 부시가 이런 정치적 공세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입지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백중세가 지속되는 이번 선거에서 부시측 선거 전략가들은 지난 몇 개월 동안로라 부시를 '소극적인 조력자'에서 선거에서 막중한 임무를 띤 연설자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결혼하기 전 민주당원이었다가 전향한 로라 부시는 남편이 공직에 있는 수 년동안 주로 쟁점이 되지 않는 독서지도와 교육 문제에 힘을 쏟아 왔기 때문에 이러한변신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로라 부시는 원고에 나와 있는 대로만 연설을 하고 추가 질문도 받지 않지만 군중들의 환영을 받는다. 최근 폭스 뉴스의 여론조사에서 로라 부시는 설문참여자 67%의 지지를 얻어 남편인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 50%, 존 케리 후보의 48%를 상회했으며 케리 후보의 부인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의 지지율 38%를 훨씰 앞질렀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들은 막상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자체이지 그 배우자나 러닝 메이트가 아니라는 견해를 오랫동안 견지해 왔다. 그럼에도 로라 부시와 같은 호감을 주는 인물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동층에 간접적으로나마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은 정치 분석가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 정치학과의 브루스 뷰캐넌 교수는 "신뢰성 위기에 처해 있는 현 행정부에서 부시 여사는 교활한 정치인의 이미지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특별한 상징이 된다"고 평가했다. 로라 부시는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공화당의 신조를 뒤엎고 연방 대법원의 낙태허용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CBS의 '얼리쇼'에서는 "남편과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만 모든 사안에 대해서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며 우리는 서로 다른 견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인들에 대한 책을 두 권 냈던 칼 스페란자 앤터니는 로라 부시의 이와같이 온건하고 복합적인 성향이 부시 대통령의 흑백논리가 아닌 회색 지대를 보여주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quarri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