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석유재벌 유코스가 지난달 31일자로 2000년도 체납 세금인 34억달러를 완납하지 못함에 따라 핵심 자회사에 대한매각 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코스는 34억달러 가운데 20억달러의 자금은 마련했지만 아직 14억달러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0년도분 외에 2001~2002년 체납액도 68억달러에 달하며 러시아 법무당국이 지난달 26일 2003~2004년도 세금 징수를 위해 회계장부를 압수해가는 등 유코스가 갚아야할 돈은 1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즈에 대한 매각은 피할 수없는 것으로 보이며 그 시기를 놓고 유코스와 정부간에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유간스크네프테가즈 매각 시기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은 오는 29일 예정된 또다른 러시아 석유업체인 루코일의 정부 주식 7.6%를 매각하는 작업이다. 이미 미국 3위의 석유업체인 코노코사가 입찰을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간스크네프테가즈의 매물이 먼저 나온다면 루코일의 평가액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러시아 당국은 유간스크네프테가즈의 평가 및 매각절차를 뒤로 돌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보인다. 실제 러시아 법무부는 1일 "유코스의 세금 납부기한이 아직 만료되지 않았다"면서 2000년도 체납 세금의 납부기한을 9월까지 연기해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러시아를 포함한 미국의 투자회사들은 유간스크네프테가즈의 매각을 기정사실로 보고 평가액 산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주요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유간스크네프테가즈의 가치는 200억달러에 달하지만 향후 세금 추징과 법적인 문제 등으로 이 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알파은행의 투자분석가인 크리스 위퍼는 "러시아 정부는 유간스크네프테가즈를 소유하려고 하지만 몰수를 통한 소유는 불가능하다"면서 "로스네프트나 수구르네프테가즈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배권을 획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간스크네프테가즈는 유코스 전체 원유 생산액의 60%를 차지하며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