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30일 호주에 반덤핑 규제와 자동차 진입장벽, 무역불균형 등의 완화를 요청했다.

반 장관은 이날 오전 캔버라 시내 국회의사당에서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교장관과 가진 양자회담에서 한국의 대호주 무역역조가 해마다 20억달러를 웃돌고 한국이 호주내 최다 반덤핑 규제 대상국(9건)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이 같이 말했다.

반 장관은 또 IT와 생명공학 분야에서 호주가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나 작은 시장규모와 기업문화상의 제약으로 상용화가 어려운 만큼, 여기에 한국의 기술 상용화능력이 결합될 경우 상호이익이 될 것이라면서 IT 및 생명공학 분야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지적하고, 호주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줄 것을 희망했다.

이어 그는 호주의 곡사포 교체 및 무인항공기(UAV) 구매 사업에 한국 방산업체의 참여 등 양국간 방산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제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다우너 장관은 지난 17∼18일 평양 공식방문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계획을 부인하고 미국을 비난했지만 북핵 6자회담은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말했다고 박준우(朴晙雨) 외교부 아태국장이 전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북관계 현황을 설명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호주정부가 기울이고 있는 건설적 노력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두 장관은 이와 함께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의 안정 및 재건을 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테러리즘의 위협이 없는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반 장관은 존 하워드 총리를 예방,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안부를 전한 데 이어, 이안 맥팔렌 호주 산업.관광.자원부 장관과 국회의사당에서 양국간 에너지 및 광물자원 협력협정에 서명했다.

당초 반 장관은 맥팔렌 장관과도 면담이 예정돼 있었으나, 29일 하워드 총리가 '10월 9일 총선 실시' 일정을 전격 발표하고 이날 오전 비상각의를 소집함에 따라면담 일정이 취소됐다.

반 장관은 이날 낮 다우너 장관 주최 오찬에 참석한 뒤 오후에 호주 한국전 참전비를 방문, 헌화하고 호주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21세기의 포괄적 한.호 동반자관계를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다음 시드니로 떠날 예정이다.

이어 반 장관은 나흘간의 호주 공식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30일 오전 아시아나항공(OZ-602) 편으로 귀로에 오른다.

(캔버라=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