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일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우고 문화 예술계에서도 나름의 정견을 밝히고 이를 작품화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보수 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신문은 최근 '지식인들의 고품격 시위 예술'(The High Art of Highbrow Protest)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도널드 루니클스(Donald Runnicles)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또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고 말한 것을 가리켜 "공허하기 짝다"고 비난했다.

루니클스는 지난주 한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한 번은 실수를할 수 있지만 또 부시가 당선된다면 그것은 미국인들이 부시를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부시가 케리를 누르고 당선된다면 미국을 떠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이런 발언은 처음 나온 것이아니며 루니클스는 공연단을 이끌고 세계 각국을 수시로 돌아다니는데다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자라는 이유를 적시하며 그의 말을 '허풍'으로 몰아세웠다.

정치적으로 인기를 끌기 위한 과도한 제스처일뿐이고 부시 비판론자들에 대한아첨에 지나지 않는다며 "1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신문은 또 할리우드 영화감독 로버트 알트만이 4년전인 2000년 대통령 선거당시 부시가 당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고 말했지만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면서 루니클스의 말이 공염불에 그칠 것임을 예시했다.

이 신문은 또 음악 예술 분야 전시회 등에서 정치적 색체를 앞세우고 있는데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예를 들어 부르클린 전시회들에서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전기톱 살육"의 주인공으로 묘사되거나 '부시 리그'라는 제목을 붙이고 의류상가 전시회에 '전쟁사령부'(War Room)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등은 모두 격에 맞지 않는 과도한 정치행위라는것이다.

이 신문은 과거 고야가 '전쟁의 참상'을,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린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최근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술적 표현들은 예술적위대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