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자가 어디 사는 누구인지, 제조공장이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27일 전북 장수경찰서가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짜휘발유길거리 판매상 손모(44.대전시 신안동)씨에 대한 조사결과 판매상이 적발되더라도 제조업자는 드러나지 않도록 유통이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운전을 하다 면허가 취소돼 생계가 막막했던 손씨에게 가짜휘발유 제조업자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지난 19일 오후. 손씨는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지만 제조업자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업을 하려면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나오라'는 말과 함께약속 시간과 장소를 알려줬다.

20일 자정께 차량 통행이 뜸한 전북 무주군 대진 고속도로 무주 나들목에서 가짜휘발유를 넘겨받기로 한 손씨는 중고차매매상을 하는 후배에게 트럭을 빌려 약속장소로 나갔다.

차 안에서 기다리던 손씨에게 '전화한 사람'이라며 접근한 제조업자는 '이곳에서 기다리라'며 손씨의 트럭을 몰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손씨가 어두컴컴한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2시간 가량을 기다려서야 제조업자는가짜휘발유 18ℓ들이 드럼통 80개(1천440ℓ)를 트럭에 싣고 나타났다.

손씨는 드럼통 1개에 1만2천원(ℓ당 660원)씩 96만원을 넘겨줬으며 대전시 외곽도로에 설치한 천막에 이를 쌓아놓고 장사를 시작, 드럼통 당 1만3천500원(ℓ당 760원)씩 12만원을 남기고 이틀 만에 모두 팔 수 있었다.

재미를 본 손씨에게 25일 다시 전화가 걸려왔으며 손씨는 처음 샀던 양보다 2배가 많은 드럼통 150개 2천700ℓ를 구입했으나 대전으로 오던 중 전북 장수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손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하는 등 여러 경로로 제조업자를 찾고있지만 실제사용자와 등록자의 명의가 틀린 속칭 '대포폰'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커제조업자를 추적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원료 공급책-제조책-길거리 판매책'의 가짜휘발유 유통망이 모두 점조직으로 돼 있고 유통 과정이 손씨의 경우처럼 첩보전을 방불케 해 길거리 판매책을 적발하더라도 제조책이나 원료 공급책을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토로했다.

(장수=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