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디는 수학을 좋아하는 열여섯 살 소녀.

동물학자 부모를 둔 덕에 아프리카 등 문명사회와 동떨어진 외지에서 줄곧 자랐다.

홈스쿨을 통해 공부를 하고 제도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다.

아프리카에서 동물연구를 마치고 귀국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돌아온 케이디는 고등학교에 편입생으로 들어가 난생 처음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등교 첫날 케이디에게 학교는 밀림보다 더 낯설고 위험한 곳이다.

동물의 왕국마냥 학생들은 연예인 따라하기 그룹끼리, 공주파끼리, 폭식증 환자끼리, 거식증 환자끼리, 동양인출신 학생끼리 등 끼리끼리 어울릴 뿐 이방인인 케이디를 반겨주는 학생은 없다.

혼자서 화장실에서 식사를 해야할 정도로 처량한 신세가 된 케이디. 그런 그녀에게 교내 퀸카인 레지나가 공주파에 들어올 것을 제의한다.

케이디가 지닌 미모와 지성이 학교에서 '여왕벌'로 군림하고 있는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수있다고 미리 감지한 레지나가 케이디를 곁에 두고 견제하기 위해 먼저 접근한 것.

어느 날 케이디는 수학시간에 만난 남학생 애런 샤무엘에게 한눈에 반한다.

애런 샤무엘은 일년전 레지나가 걷어차버린 옛 남자친구. 솔직한 케이디가 애런 샤무엘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지나는 케이디에게 애런 샤무엘과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해놓고는 일부러 다시 애런 샤무엘에게 다가가 사귄다.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 케이디.

이 일을 계기로 케이디는 끌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레지나를 파멸시키기 위해 나선다.

이후 둘 사이에는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한 교묘한 수단이 동원된 숨막히는 대결이 펼쳐진다.

9월 3일 개봉하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원제 'MEAM GIRLS')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의 의미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은 여학생 심리 종합보고서라 할 만하다.

미국의 한 평범한 고등학교를 무대로 질투와 비방, 시샘, 아첨, 우정 등 정글의법칙에 버금가는 여학생들 사이의 살벌한 신경전을 유쾌하고 발랄한 터치로 그린 하이틴 코미디다.

다른 여학생이 좋아하는 남학생 빼앗기, 살찌는 건강식품 먹여 몸매 망치기,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크림 선물주기, 이간질 하기 등 서로를 괴롭히고 파괴하는 영악한 방법들이 선보이면서 관객의 배꼽을 쥐게 한다.

조금 괴짜이긴 하지만 세상에 물들지 않은 순수하고 착하던 케이디가 공주파와 어울리면서 미움의 감정이 싹트고, 자신의 대적상대인 레지나와 같은 부류로 변해가다 결국 모든 학생들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과정이 코믹한 상황속에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물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케이디는 전교생 댄스파티에서 퀸카로 뽑힌 뒤 모든 학생앞에서 반성하고 완전한 학교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한국인의 정서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성적 표현 등 '화장실 유머'가 조금 섞여있지만 크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 후 무려 8주간이나 박스오피스 10위권안에 머무르는등 흥행에 성공했다.

또 주인공 케이디 역할을 연기한 린제이 로한은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는 최근 열린 미국 틴초이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코미디여우주연상, 최고로멋진 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진정한 퀸카로 등극한 것.

'프리키 프라이데이'를 연출한 마크 워터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TV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의 수석작가이자 이 영화에서 수학교사 미시즈 놀베리로 출연하는 티나 페이가 각본을 썼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6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