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3.마사회)가 영광의 자리에 선 기쁨의 여운이 채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마음을 다잡았다.

2000년 시니드올림픽 때 끊겼던 한국 유도의 금맥을 이은 이원희가 밝힌 도전목표는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보성고 선배 최용신(마사회)이 남자 73㎏급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지켜봤던 이원희는 벌써 마음은 2년 뒤에 가있다.

지난해 열린 일본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던 이원희가 올림픽 금메달에이어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한다면 유도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의 주인공이 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그랜드슬램 달성자는 84년 LA올림픽과 85년 서울세계선수권,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차례로 제패했던 안병근(용인대 교수)과 김재엽(86년 아시안게임.87년 세계선수권.88년 서울올림픽), 그리고 국제심판으로 아테네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김미정(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92년 세계선수권.94년 아시안게임) 등 3명 뿐. 한국이 낳은 '유도천재' 전기영 남자대표팀 트레이너는 93년부터 세계선수권 3연패의 신화를 창조하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시아게임 우승을 못해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2003년 세계선수권 때 6경기 중 5경기 한판승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5경기 중 4경기를 한판승으로 장식하는 최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이원희의 그랜드슬램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2관왕에 이어 같은 해 제주아시아선수권 1위에 올랐던 이원희가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누구도 밟아보지 못했던 메이저 국제대회 5관왕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이원희는 "2년 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게 1차목표다.
아시안게임 뒤 뛸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유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의 대기록을 세워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73㎏급은 어떤 선수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유도는 선수 생명이 짧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잘하는 선수'보다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하면 "3박4일 정도 제주도에 가서 푹 쉬면서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싶다"고 소박한 '계획'을 밝혔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