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실업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을 받은 지수가 기세를 잃지 않고 780선을 훌쩍 넘어버리자 800선까지 돌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업종이 3%나 뛰는 등 IT주가 강세를 보이자 국내 증시가 종전처럼IT주 주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지 않은가 하는 희망도 제기됐지만 내년 1분기나 돼야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지수 800선 넘을까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이틀간 소폭 조정을 받았으나 19일 거래소시장에서 미국증시 반등 등을 재료로 다시 탄력을 받으며 오후 1시40분 현재 전날보다 14.13포인트(1.83%) 오른 787.27을 나타내고 있다.

미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6.12 포인트(2.01%) 오른 1,831.37을 기록하며 2주만에 1만선을 웃돌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88.41로 전날에 비해 12.77 포인트(1.24%)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2일 연중 최저치인 719선까지 떨어졌다가 콜금리 인하 등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와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를 모멘텀으로 삼아 790선 가까이 뛰어올라 800선을 눈 앞에 두자 추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동산의 기준유가인 두바이유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대로 진입하고 7월 국내 실업률은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5개월만에 상승 반전, 3.5%를 기록한만큼 회의론이 비교적 우세하다.

이에 대해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아직 경기가 바닥에서 올라오지 않았으며 베어마켓 랠리"라고 진단했다.

강 연구위원은 "지수는 760-790선 박스권에 있으며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초 상단에 이른 뒤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주식은 760선 지지 여부를 확인한뒤 매수하는게 좋으며 만약 760선이 깨지면 한동안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도 "최근 지수가 수급과 심리 요인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유가.
실업률 등으로 볼 때 펀더멘털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경기 회복 조짐이 확인되지 않으면 현금 비중을 늘리는게 좋다"고 권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는 기술적 반등하는 것 뿐이며이번 주말에 고유가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IT주가 상승세를 지속하지 않으면 지수는 800선 내외에서 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콜금리 인하 뿐 아니라 추경과 특소세 폐지 등의 경기 부양정책에대한 기대로 지수 흐름과 관계없이 내수주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9-10월 3분기 실적 발표철에 향후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위원도 "790선이 저항선이 될 것 같지만 매도차익거래 잔고 1조원이 한꺼번에 나올 경우 `오버슈팅'해서 800선을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말하고 "그러나 800선 이상은 매도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반도체.LCD 등 계절적 수요 기대

거래소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하이닉스[000660], LG필립스LCD가 모두 2~3% 올랐고 코스닥시장에서도 반도체 업종지수가 3% 가까이 뛰는 등IT주가 강세다.

이는 미국과 대만, 일본 등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LCD 관련주들의 주가가 너무 많이 빠져 기술적 반등 움직임이 강한데다 올 하반기 계절적 수요 전망도 긍정적이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IT경기 전체의 바닥을 거론하기는 이르며 내년 1.4분기 정도는 지나야 반도체 및 LCD 가격 등 IT경기 사이클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LCD 주의 급등은 최근의 낙폭과대 때문"이라면서 "콜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더불어 최근 많이 오른 금융 등 내수주와의 수익률 차이(갭)을 메우려는 움직임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9월말~10월초에 계절적 수요에 힘입어 D램이나 LCD가격이 단기적으로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장비주의 경우 이같은 일시적 수요 회복에 4.4분기 LG필립스LCD의 발주까지 겹쳐 상승여력이 상당부분 남아있는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IT경기 바닥론'에 대해서는 "LCD패널 가격이 최근 예상보다 더 급격히 떨어지고 D램 가격도 예상에 못 미치는 등 분명히 각종 지표상으로는 IT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면서 "내년 2.4분기나 돼야 바닥을 찍고 상승 사이클에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정 동원증권 연구원은 역시 "관련주들의 주가가 단기, 기술적 반등을 넘어추세적 상승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D램, LCD패널 등에 대한 뚜렷한 수요 회복이나타나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및 LCD 가격상 IT경기는 내년 1.4분기에 바닥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김세진.신호경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