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난 4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흔들리지 않고 사들인 주식이 있다.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태평양이다.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업계 간판 종목으로 탄탄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주식이다.

태평양은 다른 종목들과 주가 추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굴곡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초만 해도 8만원대 초반에 있던 주식이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한때 22만5천원까지 올랐다.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20만원선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외국인들의 매수도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 17일 현재 지분율은 46.5%.

증시 급락 직전인 지난 4월 44%였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장에서도 지분을 늘렸다는 얘기다.

올 2분기 태평양의 매출은 2.2% 증가한 2천9백15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5백39억원으로 2.4% 줄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화장품시장이 2분기에 5% 이상 줄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괜찮은 성적표다.

할인점 판매가 34% 늘었고 백화점과 방문판매는 각각 25%와 14% 증가했다.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 매출 증가율은 20%였다.

판매관리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브릿지증권의 장명순 연구원은 "브랜드 인지도가 확실하고 유통채널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어 여타 화장품 업체들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수출도 77% 증가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태평양은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중심으로 투자를 가속화, 아시아지역에서 라네즈 매장 1백1개를 추가로 열고 매출 3백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진출한데 이어 올해 대만과 인도네시아에 라네즈 매장을 열었으며 내년에는 필리핀, 2006년에는 인도에 매장을 열 예정이다.

동원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이같은 중국 및 동남아 진출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녹차 부문에서도 20%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어 올해 매출 7백70억원, 순이익 97억원의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주가가 수직 상승해온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UBS증권의 헤더 리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펀더멘털은 변함이 없겠지만 중ㆍ단기적으로 주가가 추가 재평가되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