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19일 공식 사퇴한다.

신 의장은 당내 중진들의 만류로 막판 고심을 거듭했으나 사퇴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신 의장이 18일 중진들과의 회동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뒤 이날 오후 예정에 없이 광복회를 방문, 사과한 것은 사퇴의 마지막 수순밟기였다.

신 의장은 19일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신 의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향후 지도체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 신 의장 사퇴수순 =신 의장은 이날 당내 중진들과의 회동에서 "과거사 청산의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며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의장은 이어 광복회 사무실을 찾아 "독립유공자들에게 사죄하러 왔다"며 "미안하다. 사죄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신 의장은 기자들에게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제게 맡겨달라"고 말해 사퇴를 결심했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김부겸 대표비서실장은 "사퇴 후 수습방안을 마련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19일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퇴 후 지도체제 등에 대한 가닥을 잡은 뒤 공식 회견을 갖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미다.

◆ 불거지는 당권갈등 =신 의장 사퇴 이후 누가 당권을 잡느냐가 내년 초로 예정된 지도부 경선은 물론 차기 대선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벌써부터 당내 주도권 다툼이 가시화되고 있다.

신 의장의 사퇴는 '천ㆍ신ㆍ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대표되는 당권파의 독주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친(親)김근태계'와 개혁당 출신 등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비당권파가 세 규합에 나서면서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대 쟁점은 향후 당내 주도권과 직결된 지도체제 문제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과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의 의장직 승계안이 팽팽히 맞선 상태로 의장 승계서열 1위인 이 위원이 키를 쥔 상태다.

이 위원은 이날 신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일은 당헌대로 해야 한다"며 의장 승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대위 구성을 위해 동반 사퇴하자는 신 의장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당헌대로라면 이 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한다.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이 위원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일단 '이부영 체제'가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권파도 이날 밤 회동을 갖고 이부영 체제를 수용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당초 이부영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았으나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창ㆍ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