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에 마음을 쏟아부을 수가 없습니다. 외환위기 때만큼이나 불안합니다."

국내 연구개발(R&D)의 심장부인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은 마음이 뒤숭숭하다.

대덕단지 출연연구소의 각종 비리 수사와 투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 출연연구소의 조직 및 업무 개편 등 악재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덕단지 내 최대 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전임 원장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비리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비리 혐의로 전ㆍ현직 연구원 6명이 구속된데 이어 검찰이 수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연구원들이 불안에 휩싸여 있다.

ETRI의 한 연구원은 "윤리문제가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버렸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구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규제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대덕단지 내 기관장과 감사 선임을 둘러싸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특정인의 비리 혐의 등을 담은 투서가 전달되고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 이번 인사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모 연구기관 원장은 비위 문제를 제기한 투서로 인해 감사를 받기도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과기부가 장관의 부총리 승격에 맞춰 추진중인 출연연구소와 산하기관의 기능 조정 작업도 연구원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과학재단은 이번 개편으로 영재교육을 제외한 과학기술인력 양성 사업과 순수 기초연구 사업 등 기존 업무를 다른 부처로 넘겨줄 경우 60% 이상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연구지원 기관이라는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이성우 위원장은 "기초연구 사업과 과학기술인력 사업의 상당 부분을 타 부처로 이관키로 한 것은 국가 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 사업을 부처간 타협의 대상으로 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대덕연구단지가 외환위기 이후 또 한번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정부가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