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파업사태를 겪고 있는 코오롱 구미공장에 대해 사측이 18일 오후부터 직장폐쇄에 돌입키로 함에 따라 향후 사태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측의 직장폐쇄 결정에 따라 공장내에 있는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3시까지 퇴거해야 하고 이후 공장 출입이 금지되지만, 노조는 퇴거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강경 의지를 천명하고 있어 공권력 투입 등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는 상태다.

노조는 이날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공장 주변에는 사측의 시설물 보호요청에 따라 대규모 경찰병력이 배치된 상태여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측은 그동안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조의 공장내 물류방해나 시설물 파괴 등 불법행위가 확산되고 있고 노조원들의 공장옥상 점거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직장폐쇄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과 인사징계 철회에 대해서는 물러설 수 없다면서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신규투자에 따른 고용보장 방안을 앞서 제시했다면 파업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현 사태에는 사측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뤄졌던 노사간 대화도 완전히 중단된 상태여서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회사측은 이달초 인사위원회에서 노조위원장 등 13명에 대해 해고와 정직 등 징계 처분을 내리고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노조원 15명에 대한 추가 징계를 위해 인사위원회 소집을 노조측에 통보한 상태여서 양측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사측의 이같은 강경한 입장에는 장기화되고 있는 섬유업계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오롱은 그동안 원료가 상승과 가격하락 등으로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등 화섬부문의 경영난이 지속되자 전통적인 화섬부문을 축소하고 광확산판과 DFR(감광성필름) 등 전자재료 부문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해왔다.

구미공장은 코오롱 전체 매출의 약 45%(5천500억원)를 차지하고 매출액중 수출비중이 74%에 달하는 주력공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구미공장내 낡은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라인만 철거하고 신규투자가 진행되면 구미공장은 새로운 첨단 제품 생산공장으로 변신하게 된다"면서 "향후 사업구조조정에 있어 이번 폴리에스테르 생산라인의 철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섬유부문의 경영난에다 파업까지 장기화되면서 코오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됐다.

코오롱은 지난해 68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57일째를 맞는 파업으로 매출손실만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직접적인 매출 손실 뿐 아니라 파업에 따른 거래처 이탈과 부자재 납품업체, 협력업체의 도산 등을 합하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상승과 제품가격 하락, 매출 부진 등으로 섬유업계 전체의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파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