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향후 지도체제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신 의장 사퇴에 따른 힘의 공백 상태에서 누가 당을 이끄느냐의 문제는 가까이는 내년초 실시될 2기 정식 지도부 경선의 향배는 물론 2006년 여권이 주도할 헌법개정 논의와 이듬해 차기 대선후보 경선 구도와 맞물려 있다는게 각 계파의 공통된셈법이다.

이에 따라 1기 지도부의 주도권을 쥔 당권파가 `천.신.정' 삼각체제의 와해를 뜻하는 신 의장의 사퇴시점을 늦추고 세규합에 나서고 있고 이에 맞선 비당권파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등 계파간 물밑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신 의장이 휴가중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와 수시로 접촉하고 있는 가운데 민병두 기획조정위원장을 비롯해 현재 중국 고구려유적을 탐방중인 바른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이 조기 귀국을 검토키로 한 것도 당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최장 6개월간의 과도기적 성격을 띨 향후 지도체제 방안을 놓고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과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의 의장직 승계안이 팽팽히 맞선 상태다.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비대위를 구성하더라도 당헌상 의장승계 순위가 있는만큼 이부영 위원이 (위원장을) 맡으면 된다"고 말했고, 우원식(禹元植) 의원도 "꼭현역 의원이 당의장을 하라는 법은 없다"고 가세했다.

조경태(趙慶泰) 의원은 "당이 비상체제가 아니다"며 "절차 민주주의를 따라야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직선으로 된 상임위원 5명 중 3명이 그만두게 되면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내년 전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안은 특히 정 장관을 정점으로 한 당권파와 민주당 출신 다수의 지지를받고 있어 물밑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럴 경우 비대위는 현재 상임중앙위원인 이부영, 이미경(李美卿) 김혁규(金爀珪) 한명숙(韓明淑) 위원 외에 상임고문인 문희상(文喜相) 의원과 4선 이상 현역 의원 일부가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 구도가 될 전망이다.

다만 비대위 구성안은 선거 등 비상시국이 아닌 상황이고, 당헌 등 법적 근거가 없는 현역 의원들의 정치적 타협물이라는 점에서 당의 최고의결기구로 비(非) 민주당 출신 세력이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중앙위원회에서 인준을 받을지 불투명하다.

이밖에 일각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르면 이달말 당헌.당규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있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일정 등과 겹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