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 의장은 선친의 일본군 헌병 근무 및 사실은폐 파문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8일 예정됐던 대구.경북 지역 순회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열린우리당의 당권파 핵심 의원과 당직자들은 이날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사퇴 시점과 형식, 향후 당의 진로 등에 대한 격론을 벌였다.

신 의장측은 17일 저녁까지만 해도 "당내에 이런 저런 사정을 설명하고 의견을들을 필요가 있고, 강하게 (사퇴를) 만류하는 의견도 있어 무시할 수 없다"며 다소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특히 신 의장은 17일 아침 울산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으로부터 "개인적으로 고통스럽겠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처신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거취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그러나 신 의장은 선친에게 고문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언론에 추가로 보도된데다 당내 다수 의원들이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더이상버티기 힘들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의 고민은 신 의장의 사퇴 여부 자체보다는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사퇴를할 것인지, 신 의장 문제가 과거사 청산 문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오히려 과거사 청산 작업을 적극 추진하는 계기로 전환할 방법이 무엇인지, 향후 지도체제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등에 맞춰져 있다.

이와 관련, 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사퇴는 기정사실화됐다 하더라도 사퇴를 할때 어떻게 국민에게 얘기할 것인지와 향후 당의 지도체제를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면서 "오늘 오전 회의를 통해 두가지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빠르면 오늘 오후나 내일중 사퇴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의장이 거취 표명을 늦췄다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의를 통해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가능성도 있다.

향후 지도체제와 관련, 우리당내에서는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3위로 당선된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이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미 5명의 선출직상임중앙위원 가운데 과반인 3명이 사퇴하게 되는 상황에서 승계보다는 비상대책위체제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내년초 전당대회를 소집, 지도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입장과 조기에 전당대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려있다.

당중진들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기획자문위원회의 임채정(林采正) 위원장은 신의장의 문제에 대해 "현재로선 달리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선 상임중앙위원 5명중 3명이 그만두는데 이렇게 되면 비상대책기구로 지도부를 꾸려 정기국회를넘긴뒤 내년초에 전당대회를 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