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평소 선이 굵고 차분하기로 정평이 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취임 열흘밖에 안된 신임 금감위원장에게 사전 협의나 예고도 없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갑작스레 금융감독기구 개편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 금감위원장은 지난 4일 취임 기자회견 때 "감독당국의 의견을 정부혁신위 방안에 반영시키겠다"고 약속한 터다.

이어 9일에는 금감위·금감원간 기능개편을 위한 양측 직원 협의체까지 구성했다.

오후 3시에 정부혁신위가 개편안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윤 금감위원장이 접한 것은 불과 30분 전인 오후 2시30분께.

윤 금감위원장은 부랴부랴 윤성식 정부혁신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표 연기를 요청했고 직원들에겐 발표내용을 빨리 구해오라고 호통도 쳤다.

윤 금감위원장은 발표 문안을 가까스로 구해 살펴본뒤 몇몇 부분의 문구를 첨삭해줄 것을 정부혁신위에 강하게 요구했다.

그대로 발표됐다간 자신의 취임 일성이 '허언(虛言)'이 될 판인지라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다행히 윤성식 위원장이 윤 금감위원장의 난처한 처지를 고려,발표시간을 오후 6시로 늦춰줬다.

발표문에도 상당히 '배려'를 해 윤 금감위원장의 체면을 살려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