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유가급등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 아닌 장기적 추세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제 세계경제는 배럴당 50달러대의 고유가시대를 맞을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13일 "10년물 원유의 선도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35달러선을 돌파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는 유가가 최소한 2010년말까지 배럴당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원유 선도가격이란 석유업체들이 대형 고객들과 장기공급계약을 맺을 때 적용하는 가격으로, 국제유가의 장기적 추세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지표로 간주된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쿠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0∼2001년 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WTI기준)가 배럴당 40달러선에 바싹 근접했을 때에도 원유 선도가격은 20달러대에 머물렀다"며 "최근 선도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구조적 요인에 주목

영국 BBC방송은 12일 최근 유가 급등세는 △재고 감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전략 △투기자금의 대거유입 △이라크사태 등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러시아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의 정치불안 가중 △미국의 불충분한 정유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같은 일시적인 요인들이 조만간 해소되면 유가가 다시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제석유시장에서는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에 더 주목하고 있다.

원유 선도가격이 이날 배럴당 35.30달러로 사상최고 수준까지 급등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는 것이다.

적어도 향후 7년안에는 석유수급 불안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008년 석유생산 한계점 도달

실제로 석유소비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폭발적인 소비증가로 지난해 원유수요 증가율이 24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 석유소비량은 1992∼2002년 연평균 1.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10% 이상 급증했다.

이밖에 인도는 연평균 6% 이상,브라질은 3.9% 이상씩 석유소비량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이들 국가의 석유수요 증가는 매년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

IEA는 이에 따라 올해 세계의 하루 석유소비량 전망치를 당초보다 75만배럴 많은 8천2백20만배럴로,내년에도 73만배럴 늘어난 8천4백만배럴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이같은 수요급증에도 불구하고 잔존 원유매장량과 산유국들의 증산여력은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석유지질학자들은 "석유생산이 2008년 정점에 도달한 이후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만성적인 석유 부족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탐사기술이 발달해 지구상에서 찾지못한 유정은 거의 없으며,70년대 이후에는 규모가 큰 유전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 로체스터 대학의 벤 에번핵 교수는 "각국 정부가 대체에너지 개발 등 석유소비를 줄여나가는 특단의 대책을 서둘지 않는한 세계는 2030년 이전에 석유 고갈에 따른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영석·정지영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