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여일 동안 여권에 '정체성' 공세를 펼쳤던 한나라당이 13일 뒤늦게 '경제 챙기기'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박근혜 대표 주재의 민생경제점검회의를 긴급 소집,경제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경제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현 상황을 '한국형 장기불황의 초기단계'로 규정하면서 성장잠재력 약화가 경제위기의 최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좌파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뢰 부족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재정확대나 콜금리 인하와 같은 손쉬운 단기부양책을 지양하고 내년 예산의 재정건전성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석유제품 관련 세금을 평균 10% 내릴 것을 제안했다.

또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이밖에 공공요금 동결 또는 인하,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단체수의계약 폐지 연기 등도 제의했다.

박 대표는 "경제문제에 있어선 (정부·여당에) 얼마든지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박 대표의 '전면전' 선언 후 경제보다 정체성 문제 지적에 집중해온 한나라당이 '경제 우선'을 들고 나온 것은 "경제가 어려운데 정쟁만 일삼는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정체성 논쟁 이후 박 대표의 지지도가 오히려 10%포인트 이상 내려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경제대책이 4·15총선 공약을 재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챙기기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여권을 의식,회의를 긴급 소집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경제챙기기에 나섰다고 해서 향후 정체성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박 대표는 회의에서 "지난번 제기한 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문제에 대해 야당으로서 당연히 짚을 것을 짚었을 뿐 정쟁을 한 게 무엇이 있느냐"며 "그런 것조차 정쟁이라고 하면 야당은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식·최명진 기자 yshong@hankyung.com